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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ESG발 수출 절벽

2023-07-14 11:11:53 게재
윤길배 공인회계사, BDO성현회계법인 대표파트너

최근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고전하고 있다. 이유는 전통적인 수출장벽 역할을 하던 환율이나 관세가 아니다. 바로 RE100을 앞세운 녹색보호주의다. RE100이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자는 이니셔티브로, 2023년 7월 현재 전세계 400여개 기업이 RE100달성을 선언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3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현재 BMW와 볼보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망 기업에 RE100 달성을 요구해왔고, 급기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납품 거절을 하고 있다. 또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공급망에 대한 RE100 달성요구를 더욱 강화해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제품 생산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은 충분한 상황일까? 한전이 올 5월 발간한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발전전력량은 약 575TWh이고 그중 발전원이 신재생ㆍ기타인 발전전력량은 약 36TWh로 전체 발전량의 약 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2021년 기준 전력사용량이 약 26TWh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업전체가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기에는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 턱없이 부족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오히려 유럽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보경쟁에 불을 지폈다. 전세계적으로 화석연료의 가격이 높아지면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2022년 8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에 대한 세액공제를 2032년까지 연장했다. 이것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어 2027년까지 미국의 연간 풍력 및 태양광 전력 생산량은 2021년의 두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도 미국과 유럽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우리나라보다 높은데, 향후 이 비율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선진국들이 녹색보호주의를 밀어붙일 수 있는 자신감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선도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해 놓은 상태에서 공급망에 대한 RE100 압박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까지 줄이기 위한 이른바 'Fit For 55'의 핵심 법안인 탄소조정국경세(CBAM)를 도입해 우리나라 기업은 사실상 사면초가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공급측면에서 획기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또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을 보다 확대하고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곧 시행을 앞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상 가축분뇨와 같은 유기성폐자원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전력생산의 경우, 축분 처리도 효율적으로 하고 신재생 전력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1석2조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환경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있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재생전력에 대한 인증서(I-REC)를 국경을 넘어 국가 간에도 거래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면 지구촌 전체의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자원기구(WRI)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와 정부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RE100 파고 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 필요

마지막으로,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 저변화되어 있는 가상전력구매계약(VPPA, Virtual Power Purchase Agreemen)을 우리나라에서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VPPA를 통해 수요기업은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보가 가능하고 발전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도모할 수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제주 북촌리 마을에서 한 풍력발전사와 체결한 VPPA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유관단체와 기업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가 RE100의 높은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