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MZ 만나 판 커지는 '로코노미'

평창 수미피자·진도 대파버거·해운대 동태탕(레스토랑 간편식)

2023-07-25 12:18:55 게재

'신선·참신' 특산물 활용 제품 확산세 …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선한소비'

식음료업계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코노미' 바람이 거세다. 로코노미는 지역을 의미하는 로컬(Local)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새로운 말이다. 일반적으론 지역이나 동네 기반 희소성을 담은 상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피자알볼로 피자. 사진 피자알볼로 제공

2030세대는 로코노미를 신선하고 '힙'한 유행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얘기다. 또 농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착한 소비'로 평가받고 있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다.

25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여행이 활성화되며 '로컬=힙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제품명이나 가게 이름에 지역명을 붙이거나 지역을 주제로 음식, 기획상품을 내놓은 곳들이 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들어 부산 대구 전주 인천 등 지역이름이 들어간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신메뉴를 잇따라 선보였다. 소비자에겐 선한 소비를, 지역 농가에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피자알볼로는 진도 흑미, 영월·청양 고추, 임실 치즈, 수미 감자 등 품목별로 지역특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피자알볼로는 2015년 진도 농가와 흑미 전량 공급 계약, 2022년 강원감자농협 평창사업소와 수미 감자 납품 관련 양해각서를 각각 맺었을 정도다.

피자알볼로 관계자는 "피자 제품에 치즈 감자 고추 등 지역특산물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상반기에만 임실 치즈 13톤, 강원도 수미 감자 4톤, 강원도 영월 홍청양 고추를 활용한 핫소스 9톤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사진 한국맥도날드 제공

한국맥도날드는 전라남도 진도 대파를 활용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최근 내놨다.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는 일반 대파보다 맛과 향이 진한 진도 대파를 크로켓과 소스에 활용해 만든 메뉴다. 일주일 만에 50만개 판매했을 정도로 MZ세대에 인기다. 맥도날드는 2021년부터 경남 창녕 갈릭 버거, 전남 보성 녹돈버거 등 고품질 국산 농축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며 지역농가 판로를 확대해 왔다. 올핸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재료로 약 50톤의 진도 대파를 수급할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신세계그룹 온오프라인 채널 통합서비스인 '유니버스' 기념 음료 '스타벅스 수박 그란데 블렌디드'를 한정 출시했다. '스타벅스 수박 그란데 블렌디드' 음료는 제철 과일 느낌을 살리기 위해 국내산 수박과 성주참외를 사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코노미의 경우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2030세대들이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감성으로 인식하면서 외식업계와 지역 농가와 상생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를 만나 로코노미 판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해운대 동태탕 레스토랑간편식. 사진 캐비아 제공

간편식업계 역시 로코노미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조리 편의성과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접근성을 앞세워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는 만큼 로코노미 간편식은 대세다.

150개 이상의 푸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미식 소개 플랫폼 캐비아는 지역 노포 맛집은 물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레스토랑간편식(RMR) 제품을 대거 유치했다. 예컨대 해운대 맛집 동백섬횟집 '동태탕' '아귀지리' 부산 노포 맛집 하숙집 '쭈꾸미 삼겹살' 경상도식 조림을 맛볼 수 있는 깃발집 '코다리 시래기 조림' 등이다. 또 50년 전통 제주 밀면 맛집 '제주산방식당' 대구 유명 만두전골 '계수식당' 광안리 국밥 맛집 '바로해장' 등 보유하고 있는 푸드 IP를 바탕으로 지역특색과 희소가치를 담은 RMR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편의점도 로코노미 유행에 올라탔다.

CU의 경우 지역 농가 상생 프로젝트로 전라남도 진도 특산물 대파를 활용한 '대파 불고기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였다. 진도대파정식 도시락, 진도대파 불고기김밥, 진도대파 불고기삼각김밥, 진도대파 핫도그 등 4가지다.

종합식품기업 오뚜기는 제주도 특산물에 로코노미 방점을 찍었다. 제주 특화 브랜드 '제주담음'을 선보였는데 최근 '제주 감귤도우 피자'를 새로 내놨다. 제주 감귤절임을 넣어 만든 도우에 제주 흑돼지고기와 제주산 당근, 양배추 등으로 만든 피클을 고명으로 올렸다. 또 제주 흑돼지 카레, 제주 한라봉 음료, 제주 로컬 맛집 '금악똣똣라면'과 협업한 '제주똣똣라면'을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역경제와의 상생 측면뿐아니라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로코노미제품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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