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족한 현장까지 무량판 적용
2020년부터 철근값 오르자 LH 사업장 철근 누락 … 예산확보 못한 공공주택 한계
정부가 2017년 이후 준공한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293곳을 전수조사하기로 하면서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는 공간확보 장점이 있는 반면 기둥과 천장이 연결되는 곳에 철근(전단보강근)을 사용해 안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철근 비용이 더 들어간다. 철근 가격이 오를 경우 사업비가 급상승하게 된다. 그만큼 사업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철근누락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단지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기간은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무량판 구조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를 사용한 민간아파트단지는 서울 강동지역에만 8개에 이를 정도로 업계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는 10대 대형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진행한 곳으로 대부분 분양가가 3.3㎡ 당 4000만원을 넘길 정도로 사업비를 충분히 확보했다.
민간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업단이 철근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오를 경우 시행자(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고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시공중단까지 선언할 수 있다. 서울 강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가 대표적이다.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증액을 통해 철근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거나 임대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공사비 증액이 쉽지 않다. 부족한 예산으로 공공주택을 확대하려던 것이 부실시공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공업체들은 철근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며 LH와 맞서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도 LH는 무량판 구조 사업장을 확대해왔고, 2020년부터 철근 등 원자잿값이 급상승하자 철근 누락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 설계회사 임원은 "무량판 설계 기준이 강화되면서 철근 몇개가 빠진다고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하지만 사업비가 정해져 있고 철근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면 시공업체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설계보다 적게 철근을 넣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또 "하지만 시공능력이 있는 건설업체라면 설계에 전단보강근이 빠져 있더라도 이를 파악할 수 있다"며 "건설사가 이를 모르고 시공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LH가 발주한 15개 아파트를 시공한 13개 건설사를 살펴보면 시공 능력 100위 안에 드는 건설사만 8곳이다. 이중 시공능력 13위인 DL건설과 27위인 한신공영 등도 포함돼있다.
철근을 누락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주택건설 경험이 많은 건설사인데도 철근을 대거 누락해 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설계 상 문제가 있었더라도 시공능력이 있는 건설사들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에 의문을 두고 있다. 철근 누락이 가장 심각한 곳은 한신공영이 시공한 양주회천 A15단지로 누락률이 100%에 달했다. 동문건설이 맡은 오산세교2 A6은 83.3%, 이수건설이 지은 음성금석 A2는 82.1%, 삼환기업의 남양주 별내 A25단지는 41.7%로 집계됐다. 효성중공업(광주선운 A2·37.5%)과 대우산업개발(양산사송 A8·37.5%) 등도 누락률이 높았다.
한 대형 건설사 건축사업본부 간부는 "누락률이 50%를 넘어간다는 것은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시공능력이 있는 건설사들이 설계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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