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서비스 채용 비리 의혹 사실로
권익위 이첩 → 국토부 감사 확인
퇴직자 맞춤 채용·전관 카르텔
공공기관 채용이 ‘공개 경쟁’이 아니라 특정 퇴직자를 위한 자리 배분 수단으로 운영된 사실이 드러났다. 형식상 절차만 남고 실질은 사라진 채, 채용 시스템이 사실상 전관 재취업 통로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공정채용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권익위원회가 부패신고 사건을 국토부에 이첩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의혹과 맞물린 것으로, 국토부는 특정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전용기 의원은 당시 도로공사서비스가 모회사 퇴직자 재취업을 전제로 채용 구조를 설계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센터장 채용 공고에 ‘공공기관 25년 이상 근무, 팀장급 5년 이상 경력’ 등의 조건을 제시해 사실상 도로공사 출신만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계약직 전환 방식을 통해 정년 이후에도 근무를 연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내부 직원 승진 기회가 제한되고 외부 지원이 차단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토부 감사 결과 이러한 지적은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 대상인 도로공사서비스는 재정고속도로 통행료 수납과 콜센터 상담, 교통방송 등을 담당하는 한국도로공사 자회사다. 이 회사는 특정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채용 요건을 설계했고, 채용 과정에서도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 출신 지원자들에게 채용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고, 면접위원에게는 서류전형 결과를 전달해 지원자의 출신을 미리 파악하도록 했다. 경쟁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최종 합격자도 모두 도로공사 관리직 출신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를 ‘도피아(도로공사·마피아 합성어) 카르텔’로 규정하고 인사 담당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일부 채용에서는 자격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력 검증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 지원자가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국토부는 해당 채용 취소와 함께 기관 경고 조치를 내렸다.
감사 결과는 지난 2월 도로공사서비스에 통보됐다. 이에 채용 취소 대상 일부가 이의 신청을 해 재심이 실시됐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서비스는 이르면 5월 중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해 처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조만간 최종 감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에도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다수에서 유사한 채용 비리가 적발돼 일부는 수사 의뢰까지 이어졌다. 특별점검 이후에도 동일한 유형이 재발하면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자회사 구조가 전관 인사의 순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모회사 퇴직자가 자회사 고위직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내부 승진 기회는 줄고 외부 인재 유입은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채용 절차 문제가 아니라 인사 구조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정 집단이 자리를 순환하는 구조를 방치할 경우 공정채용 제도는 형식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채용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