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포퓰리즘 꽃이 피었습니다

2023-11-13 11:45:48 게재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깜짝발표를 내놨다. 그 다음날부터 내년 6월까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조치이기에 전격적으로 발표했다는 설명이 보태졌다. 시장을 향한 전격조치라도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고 필요성이 충분히 인지될 때 당국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날 조치는 그런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감행됐다.

공매도 제도 합리적 개선 뒤로 미뤄둔 채 돌발적 대책발표로 시장혼란

공매도 금지조치는 이번이 네번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단행됐다. 모두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하고 붕괴위험이 고조될 때였다. 당국으로서는 최소한의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조치에 대해 아무도 고개를 가로젓지 않았다.

이번에는 2차전지 중심으로 증권시장에 하방압력이 다소 높긴 했지만, 시장붕괴까지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다. 공매도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비판과 개선요구가 거듭 제기됐지만, 정부당국자들은 냉정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꿔 버렸다. 공매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뒤로 미뤄둔 채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니 '돌발행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윤석열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규제혁파'를 부르짖어 왔는데, 그런 기조도 스스로 배반한 셈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불신이 커지고 국가신인도가 훼손될 가능성도 염려된다. 이미 해외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이 추진해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도 더욱 어려워질 가능이 높아졌다. 한마디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다분히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 말고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매도 금지기간도 총선과 겹친다. 아무리 총선승리가 급하기로 국가신인도에 직결된 문제를 '당파적 이기심'으로 처리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당파적 이기심은 김포의 서울편입 주장에 드러난다. 이 논란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포 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가 열린 날 깜짝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김포를 편입하면 서울 서부권 배후경제권도 발달시킬 수 있고, 김포의 무역과 관광이 서울시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얼핏 보아 그럴듯한 설명이다. 그렇지만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강조한 것을 뒤엎는 발상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과 지방파탄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포시의 지도만 얼핏 살펴봐도 서울시에 편입시키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로 여겨진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태도와 유사해 보인다. 김포시의 심각한 교통난 같은 어려운 문제는 관계당국이 진실한 마음으로 논의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해결책을 찾을 연구는 하지 않고 난데 없이 서울편입을 들고나온 것은 '이슈 바꿔치기'나 다름없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좋지 않다.

비판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실현성이 없다는 방안임을 뻔히 알면서 총선을 위해 불쑥 내놓은 것으로 국민들은 판단하는 것이다. 아마도 총선이 끝난 후에는 실종되고 말 것으로 국민들은 예감하는 것 같다.

유정복 인천시장 등 집권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치쇼"라고 비판한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 예감대로 총선이 끝나고 편입안이 실종될 경우 김포시민들이 겪을 배신감과 허탈감은 헤아릴 수 없이 클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방법으로 출구를 찾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이미 김포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서울로 편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대로 뒀다가는 수습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작은 표를 얻으려 하다가 더 큰 민심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경제를 망치고 곪게 하는 악성 포퓰리즘 더 번지기 전에 막아야

요컨대 공매도 금지나 김포시 서울 편입논란은 정부와 여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공통점울 지니고 있다.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서 말이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악성 포퓰리즘은 경제를 망치고 곪게 하는 '악의 꽃'이다. '악의 꽃'은 더 번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