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유지 … "구제적인 방안 없는 맹탕 개편" 지적

2023-11-14 11:48:33 게재

고용부, 근로시간 개편방향 발표

이성희 차관 "노사정 합의로 추진"

정부가 노동개혁 정책으로 추진하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해 지난 3월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던 원안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전체 업종 유연화에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게 유연화하기로 했다.

13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6-8월 노동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일반 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 결과와 이를 반영한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조사 결과를 전폭 수용해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 정부는 연장근로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주 69시간 근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결과 현행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상당 부분 정착됐지만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해 "바쁠 때 더 일하고 그렇지 않을 때 적게 일해 연장 근로시간을 주 평균 12시간 이하로 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했다.

이를 일부 업종·직종에 적용하자는 데 대해선 동의율(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이 더 올라갔다.

연장근로 단위를 '주'에서 '월'로 확대하면, 최대 연장근로 시간은 주 12시간 대신 월 52시간(12시간×4.345주)이 된다. 특정 주에 58시간을 일해도 그 다음주에 45시간을 근무해 월 연장근로 시간을 한도 내로 유지하면 위법이 아니다.

응답자들은 연장근로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종으로 '제조업'을, 직종으론 '설치·장비·생산직'을 가장 많이 꼽았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한도를 '주 60시간 이내' '64시간 이내' '64시간 초과' '모르겠음' 가운데 선택하게 한 문항에선 근로자 75.3%, 사업주 74.7%가 '60시간 이내'를 꼽았다.

고용부는 설문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 방안은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와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우려를 불러온 만큼 설문결과를 반영해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 근로일 간 최소 휴식 도입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은 윤 대통령이 언급했던 '60시간'을 중심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이 차관은 "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날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체적인 개편안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답정너' 설문조사로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노동시간 개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면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과 직종을 선정하겠다는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 명분용 노사정 대화는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 내용은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못 미치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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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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