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불법촬영 동의여부 공방

2023-11-24 10:58:50 게재

피해자 "삭제요구 했었다"

협박혐의로 형수는 구속

국가대표 체육선수들의 구설수가 이어지고 있다. 펜싱 국가대표였던 남현희씨가 사기사건에 연루돼 논란이 일더니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씨가 불법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황씨는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는 이에 반발하며 2차피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24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황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교제를 하던 전 연인과의 동영상을 몰래 촬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황씨를 상대로 동의 여부를 추궁했다. 황씨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 유출로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 A씨는 이를 반박했다. A씨측 법률대리인은 "피해자가 과거 황씨와 교제한 적 있지만 민감한 영상 촬영에 동의한 바 없고, 계속 삭제해달라고 청해 왔다"며 "전 연인과 합의하에 촬영한 영상이라는 거짓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반박했다.

황씨가 이를 부인하자 A씨측 법률대리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록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근거로 내놓기도 했다. 특히 황씨가 A씨의 직종과 기혼여부를 밝힌 점에 대해서는 '2차피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황씨가 불법촬영 혐의로 기소될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다만 동의가 있었다는 황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불법촬영 사건은 남녀 관계가 둘사이에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 중 누가 설득력을 갖는지에 대해 집중해 살펴본다. 황씨측은 A씨가 촬영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A씨측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황씨측은 A씨측이 동의했다는 증거를 내세우지 못할 경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만 촬영된 영상에서 피해자가 촬영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이를 수락하는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사건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황씨와 만나왔다는 인물이 나타나 사생활을 폭로했다. 다수의 여성과 깊은 관계를 가졌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저장해 왔다며 일부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황씨는 해외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했고 이후 협박을 받아왔다고 털어놓은 뒤, 유포범을 고소했다.

애초 서울 성동경찰서가 맡은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넘겨졌다.

지난 16일 경찰은 사생활 동영상을 유포한 여성 B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 및 강요·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이 여성은 황씨의 해외 일정을 관리·지원해 온 형수였다. 황씨는 이에 대해 "전문적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의심된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형제간 다툼 등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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