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민국 섬 정책 선도한 김영록 전남지사

"세계인이 가고 싶은 전남 섬 만들겠다"

2023-11-29 17:44:09 게재

한국섬진흥원 설립 지속 건의

남해안 세계적 관광명소 육성

"신안 퍼플섬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됐습니다. 전남 섬이 K-컬처와 융합될 경우 '세계인이 가고 싶은 섬'으로 성장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영록 전남지사 고향은 완도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완도군수를 했던 터라 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김 지사는 지난 24일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전남 섬이 가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동안 다양한 섬 정책을 추진해왔다. 전남도 입장에서 섬은 어떤 의미인가?

보석이고 아픈 손가락이다. 전남도는 우리나라 3382개 섬 중에서 2165개를 보유한 '섬의 고장'이다. 독특한 자원을 지닌 섬은 국가 영토의 초석이며 배타적 경제수역 기점이다. 또 해양자원 이용 및 식량 공급기지로서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크다. 전남 섬은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성장할 충분한 가능성을 지냈다.

하지만 열악한 접근성, 낙후된 정주 환경으로 인구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심각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보석 같은 섬,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갯벌 등을 지닌 서남해안을 새로운 해양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소멸 위기에 놓인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사람이 사는 섬으로 가꾸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

■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은 어떤 게 있는가?

전남도는 섬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해마다 '가고 싶은 섬' 두 곳을 선정해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특색 있는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이 사업은 정부의 다양한 섬 정책을 견인하고 지속가능한 섬 발전 모델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체육관광부 'K-관광 섬 육성' 사업이다.

전남은 201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섬의 날' 제정을 건의했다. 섬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는 의미로 8월 8일로 정해졌다. 또 국내 섬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한국 섬진흥원 설립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목포에 유치했다. K-컬처와 융합된 전남 섬이 '세계인이 가고 싶은 섬'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섬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감소 원인과 대책을 설명해 달라.

2022년 한국 섬진흥원 '섬 인구감소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섬 인구 감소 원인은 출생 사망에 따른 자연적 변화뿐만 아니라 전출로 인한 사회적 변화 영향이 더 크다. 특히 기반 시설이 부족할수록 전출 비율이 높았다. 섬 소멸은 영토 축소를 의미하므로 정주 여건 개선이 절실하다.

전남도는 2016년부터 작은 섬 주민을 대상으로 '작은 섬, 큰 기쁨'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도배하고 장판도 교체했다. 지붕을 수선하고 우물도 정비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했다.

올해부터 10명 미만이 거주하는 섬을 대상으로 '작은 섬, 공도화 방지 사업'을 추진한다. 또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처음 '천원 여객선 제도'를 시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166개 섬, 주민 4만9000여명에게 혜택을 줬다.

이 밖에도 좀 더 살기 좋은 어촌을 만들기 위해 어촌뉴딜300과 도서종합개발사업 등을 통해 정주 여건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어촌뉴딜300이 마무리된 신안 만재항에 여객선 접안시설이 설치되면서 육지로 오가는 시간이 6시간에서 2시간 10분 대로 대폭 줄었다. 앞으로 '섬 발전 종합계획'을 세워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

■섬 개발·보존을 위해 시급히 개선할 제도는 무엇이 있는가?

신안 퍼플섬(반월·박지도)은 2015년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 이후 7년 만에 세계관광기구(UNWTO) 선정 최우수 관광마을, 한국 관광의 별, 한국 관광 100선 등에 뽑히며 세계인이 찾는 섬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비교우위에 있는 전남 섬은 세계적인 해양 관광명소로 발전할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

하지만 육지에 맞춰진 규제를 섬에 획일적으로 적용한 게 문제다. 섬은 '국토계획법'에 따라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육지에 비해 개발환경이 불리하다.

특히 남해안 대부분 섬이 국립공원이나 수산자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개발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와 함께 섬 개발 때 관광진흥법 등 개별법에 따른 별도 허가를 받기 때문에 장시간이 소요된다. '섬 발전 촉진법'을 개정해 시·도지사에게 개발 인·허가를 의제화해야 개발사업 수행 절차가 간소화되고 투자 유치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즘 구상하는 섬 사업을 설명해달라.

해양관광자원 보고인 남해안을 지중해·멕시코 칸쿤에 버금가는 새로운 해양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해안에 있는 섬과 바다, 갯벌과 해안선 그리고 연륙·연도교 등은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다. 이에 따라 부산 경남 등과 함께 남부권 광역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국제행사로 최종 확정됐다. 섬 박람회가 대한민국 섬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고 세계적인 섬 문화 축제로 거듭나도록 앞장서겠다.

["[전라남도-내일신문 공동 기획] 남도 섬순례, 몰랑길 199㎞를 가다" 연재기사]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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