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일본 넘은 벤처기업들

전량 수입하던 OLED용 FMM·디스플레이 코팅제 국산화

2023-12-13 11:41:49 게재

볼트크리에이션 건식식각공정으로 20㎛ 가능, 일본 앞서

에버켐텍, 치즈 부산물 활용 … 수입대체효과 5000억원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곳곳에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여전히 어두운 경기침체 터널 속에서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열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있다.

최상준 볼트크레이션 대표가 지난달 30일 완성된 FMM 기판을 광학현미경으로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지난달 30일 방문한 볼트크리에이션(대표 최상준)은 2015년 설립된 8년차 벤처기업이다. 산업 곳곳에 쓰이는 미세식각기술이 뛰어나다. 주력사업은 △OLED용 파인메탈마스크(FMM) △전자파 차폐 △브이글라스(V-glass) △폴리머 에어필터 등이다. FMM은 OLED 핵심기술이다. 기판 위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유기물질을 증착시키는 데 쓰인다.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이 세계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다.

볼트크리에이션은 FMM을 국산화했다. 현재 상용화돼 있는 기술은 2015년 개발된 500ppi대 수준으로 약 10년간 정체돼 있다. 현재 기술로는 구멍을 30마이크로미터(㎛)보다 작게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상준 대표는 "우리는 20㎛까지 식각이 가능한 기술을 확보해 750ppi 수준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세로 1인치(2.54㎝) 면적의 기판에 750개 구멍을 만든다는 의미다. 이는 건식식각공정을 개발했기에 가능했다. 생산수율은 70~80% 정도로 높다. 저온으로 식각을 하기 때문에 열에 의한 재질 변화도 없다. 특허를 등록하고 상용화에 착수했다. 일본은 주로 습식공정을 사용하는데 대부분 특허를 가지고 있어 습식공정기술 개발은 불가능했다. 이를 건식공정으로 극복한 것이다.

'전자파 차폐'도 볼트크리에이션의 미래를 밝게 한다. 전자파 교란을 방지하는 기술로 방산에서 주로 사용된다. 한국형 전투기인 'KF-X'에 사용되는 전자광학표적추적장비(EO-TGP) 부품 중 하나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기술이전을 거절한 기술을 국산화했다. 뛰어난 기술력은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약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원동력이다.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

이성민 에버켐텍 대표는 지난 8일 화성공장에서 공정용 대전방지코팅제 '컨티머'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에버켐텍(대표 이성민)은 화학소재 전문기업이다. 2008년 설립 이후 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 소재를 국산화해 왔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국내 대표적인 소재 기업이다.

지난 8일 찾은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에버켐텍 공장은 특유한 화학약품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물을 사용해 액체형 화학소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소재는 연간 1500톤 이상이다. 에버켐텍은 수계기반 분산기술에 특화돼 있다. 물을 기반으로 고체와 액체를 잘 섞는 기술이다.

에버켐텍은 이 기술을 이용해 2008년 디스플레이 공정용 대전방지코팅제 '컨티머'를 개발했다. 대전방지제는 물체 간 정전기가 축적되는 것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포장 전자기기 섬유 자동차 등 사용도가 매우 넓다. 특히 디스플레이 공정용 대전방지코팅용 제품을 생산해 LG화학 삼성SDI 코오롱 등 광학용 소재를 취급하는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에버켐텍이 컨티머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전량 일본에 의존해 왔다. 컨티머 개발로 수입 대체효과는 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회사 매출의 90%를 책임지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시장에서 수요가 커지면서 올해 중국수출 규모가 150만달러 가량이다. 내년에는 400만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일본기업이 독점하던 '천연단백질 기반 차단성 코팅 소재'를 2018년 국산화에 성공했다. 2021년부터 상품화에 나섰다. 이성민 대표는 "국내 최초로 천연 단백질 기반 포장 소재인 '넥스리어'를 생산하고 있다"며 "단백질 탄수화물 등 천연물을 활용한 포장재는 일본기업이 독점 생산해 왔었다"고 전했다.

넥스리어는 치즈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유청)을 활용했다. 유청 단백질 성분을 액상으로 만든 뒤 필름에 입히는 방식이다. 일반 플라스틱 필름보다 산소차단 능력이 뛰어나 제품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폐기할 때도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적이면서 가격은 에틸렌비닐알코올(EVOH)보다 30% 가량 저렴해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화학소재 연구개발(R&D)을 지속해 글로벌 소개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화성=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