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과반 넘는 '현역 물갈이' … '올드보이' 재기 시도
민주당 '교체' 상징, 21대 80% 바꿔
20대 신당바람 진원지 … 3당 통할까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광주·전남, 전북권은 영남과 더불어 현역 교체의 상징으로 평가돼 왔다. 여야가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 교체수를 쇄신경쟁의 지표로 활용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호남권은 여기에 새로운 정치흐름을 주창한 제3당의 진원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호남권 28석 가운데 23석을 휩쓴 '국민의당'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권심판·야당심판·정치심판 등의 선거구도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거대 양당과 제3당 추진세력에 대한 호남민심의 선택이 주목된다.
호남권은 총선 때마다 현역의원의 무덤으로 통했다.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다. 광주·전남의 경우 현역의원 생존률은 19대 48% 20대 65% 21대 17%를 각각 기록했다. 20대 총선은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대거 국민의당으로 옮겨가면서 현역의원 생존율이 높았다. 전북은 19대 20% 20대 30% 21대 10%에 머물렀다. 10명 중 8명 꼴로 바뀐다는 뜻이다.
총선을 세 달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등일보 등 지역언론사와 코리아리서치의 신년 여론조사(12월 26~29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광주·전남 현역의원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70% 수준인 가운데에서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이 도전자 그룹과 박빙의 선호도를 보이거나 일부 선거구에선 오히려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일보·한국리서치 조사(12월 21~22일. 1000명. 전화면접)에선 전북지역 유권자 61%가 '현역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5월에 실시한 같은 조사보다 교체 필요 응답이 6%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권 한 재선의원은 "호남에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곧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나타난다"면서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정국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도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전북에선 새만금 SOC 예산 대거 삭감에 대한 책임소재가 정권뿐 아니라 정치권에도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역의원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분위기를 정치력 부재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정치적 재기 시도가 그렇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장관, 유성엽 전 의원 등이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견제 등을 주장하며 총선전에 뛰어들었다. 이낙연 전 대표 등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에 대한 반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물갈이 표심'이 뚜렷한 상황에서 기존 여야가 아닌 제3당을 주목할지 여부다. 앞의 여론조사상에선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고, 총선 성격을 정권견제로 보는 인식이 강한 상황이어서 이낙연신당의 입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거구 조정도 변수다.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선거구획정위가 제안한 선거구 조정안에 따르면 호남권은 일부 통합선거구가 사라지거나 기존 선거구의 분할이 이뤄져야 한다. 전남 동부권은 4석에서 5석으로 늘어나지만 중서부권은 6석에서 5석으로 줄어든다. 전남 무안·영암·신안 선거구가 공중분해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북도 동부권과 서부권의 조정 결과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