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화 특별법에 전국 지자체 촉각

2024-01-12 10:32:33 게재

수도권 일제히 계획 수립 돌입

비수도권 '빛 좋은 개살구' 우려

전국 대도시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 특별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심을 통과하는 철도를 지하화할 경우 도시의 획기적인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자체들에선 막대한 건설비용으로 자칫 수도권만을 위한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전국 대도시 지자체 반응을 종합하면 철도가 지나가는 대규모 도시들은 일제히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며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인천은 경인전철 인천역∼부개역 14㎞ 구간을 지하화할 계획이다. 서울 구간까지 더하면 구로역까지 27㎞로 늘어난다. 그동안 진행했던 용역에 따르면 사업비는 6조∼9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민선 8기 들어서는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을 갈무리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예산 6억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서울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 안양·군포시, 서울 동작·영등포·구로·금천구 7개 지자체는 2012년부터 '경부선 지하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국철 1호선(서울역∼안양역∼당정역) 총연장 32㎞구간의 지하화를 추진했다. 2014년 5월 기본구상용역 최종보고회까지 마쳤는데 당시 사업타당성(경제성)이 있다는 결론도 얻었다.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은 11일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경부선 지하화 사업의 근거가 마련돼 기쁘고 특히 우리시의 경부선지하화기본구상 용역결과가 상당부분 반영돼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하은호 군포시장도 "군포를 4등분으로 갈라놓은 철도가 지하화되면 한덩어리가 된 군포를 새롭게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는 이날 "올해 예산에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마스터플랜수립을 위한 용역비 3억5000만원을 편성한 만큼 선제적으로 준비해 향후 국토부 종합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비수도권 대도시들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오랜 숙원이던 경부선 철도시설 지하화 사업의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부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도심철도이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철도 지하화를 추진해 왔다. 부산시는 7월 완성될 용역 내용에 경부선 구간에 대한 개발여건 분석 및 수요조사, 개발구상 및 실행방안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경부선 구간의 입체적 도시개발을 통해 100년 부산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도심권 혁신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도심을 동시에 지나가는 대전시도 오랜 기간 철도지하화를 주장해왔다. 대전시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경부선 회덕역∼세천역 18.5㎞, 호남선 조차장역∼가수원역 14.5㎞를 지하화하자고 제안했다. 폐선 논란이 일고 있는 도심 대전선도 가능한 한 지하화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구시도 오랜 숙원이었던 경부선 철도 도심구간(14㎞)의 지하화 등에 따른 개발방안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는 앞서 지난 2021년 6월 철도지하화 사전타당성조사, 지하화 이후 상부개발계획 등에 대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기간은 오는 6월까지다.

광주광역시는 올해 20억원을 투입해 광주역∼광주송정역 14㎞ 구간 지하화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비수도권 지자체들 내부에선 땅값이 비싼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상부개발 등으로 막대한 건설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별법이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서울 등은 땅값이 비싸 사업비 조달이 수월하지만 비수도권은 상부개발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른 지자체와 연대해 중앙정부에 다양한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사업비를 6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국회는 지난 9일 철도지하화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철도지하화 특별법은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철도부지와 철도 주변지역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국유재산의 출자 등을 담고 있다. 도심 생활권 단절, 소음·분진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부에 공원 등 다양한 복합개발이 가능해진다.

철도 지하화는 막대한 사업비 부담 때문에 해당 지역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철도지하화 특별법은 철도부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것이 골자인 만큼 그동안 사업을 가로막고 있던 빗장이 걷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여운 최세호 방국진 곽재우 곽태영 김진명 김신일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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