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탄핵되는데 검사는 안된다?

2024-01-30 11:12:21 게재

이정섭 검사측 "법령상·입법 연혁상 불가"

국회측 "헌법상 탄핵대상으로 검사 규정"

각종 비위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정섭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의 탄핵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이 검사측이 검사는 탄핵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 검사의 대리인인 김형욱 변호사는 29일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앞서 취재진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는 법령상·입법 연혁상 명백히 불가해 각하 처분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검찰청법 등에 검사를 탄핵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없어 탄핵소추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얘기다.

헌법에서는 탄핵 대상으로 대통령, 국무위원, 법관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반면 검사는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또 국회가 근거로 삼는 검찰청법 37조는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정하는데 이는 신분보장 규정일 뿐이어서 탄핵의 근거로 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과 고위공직자, 판사 등은 탄핵이 돼도 검사만큼은 탄핵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회측 대리인 김유정 변호사는 재판정에 참석하면서 "명백하게 헌법상 탄핵 대상의 하나로 검사가 규정돼 있다"며 "탄핵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앞서 국회는 전과기록 무단 열람, 스키장·골프장 부당 이용, 처남 마약수사 무마 의혹 등이 제기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해 12월 1일 의결한 바 있다.

이 검사측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가 헌법·법률에 위반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변호사는 "불법으로 일반인의 전과를 조회했다거나 리조트와 관련해 부당하게 편의 제공을 받았다거나 이런 점에 대해 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라든가 청렴 의무, 비밀누설 금지 의무 등을 위반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음달 26일 준비기일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또 국회측에 탄핵소추의 근거가 된 비위 사실의 장소·일시 등을 특정하고 필요한 경우 언론 보도 내용 외에 추가 증거도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재판은 일러야 3월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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