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기후동행카드’ 신경전 고조
오세훈 “경기도, 출퇴근 도민 위한 정책 펴야”
경기도 “시·군 자율…실효성 낮아 참여 안해”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의 경기도내 시·군 참여문제를 놓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되 재정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나 서울시는 경기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건전한 정책 경쟁을 넘어 정쟁화되는 모습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26일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달 27일 시행한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경기도에선 현재까지 김포·군포·과천 3개 지자체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 3곳 외에 단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일부 경기지역 기초지자체가 참여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은 참여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경기도 시·군의 기후동행카드 참여가 저조하자 서울시는 경기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시정질의 답변에서 “서울시 예산까지 써가면서 해 주겠다고 공표를 했는데 경기도는 한푼도 댈 수 없으니까 기초지자체에 돈이 있으면 들어가라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도에서 안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가 발끈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 시장이 지난달 수도권 지자체장 공동 기자회견에서 각 지역 정책으로 선택지를 주기로 해놓고 시·군에 기후 동행카드 참여를 종용,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도가 돕지 않아 각 시·군이 (참여를) 주저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경기도가 31개 전체 시·군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더(The) 경기패스’는 도비 30%를 지원하지만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는 일부 지자체만 도에서 지원할 수 없다”며 “기후동행카드가 실효적 혜택이 없다고 판단해 안 하는 시·군이 많다”고 덧붙였다. 재정지원 여부를 떠나 시·군의 교통여건 등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오세훈 시장이 재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은 지난 23일 시의회 시정질의에서 “경기도와 기초지자체가 대중교통 재정지원을 분담하는데 도 차원에서 지원을 안 한다고 했기에 재정 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는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 한다”면서 “경기도민이 출퇴근에 기후동행카드를 쓸 때 서울시의 비용 분담 비율은 60%, 경기도는 40%로, 서울시가 재정분담을 더 하는데도 경기도가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도민 편익을 위해 서울시가 설계한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내놓기 전 경기도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아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기후동행카드 적용대상에서 경기도 광역버스와 신분당선 등 서울 출퇴근 도민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제외된 상황에서 전체 경기도민에게 얼마나 실익이 될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김상수 교통국장은 “시·군 교통과장회의에서 기후동행카드와 경기패스 장단점을 설명하고 각 시·군에 만약 정기권 도입이 타당하다면 도입하도록 했고 그에 따른 교통카드 데이터도 도가 제공해주고 있다”며 “시군 얘기를 들어보면 기후동행카드의 주민 혜택이 굉장히 적어 빨리 K패스와 더-경기패스가 시행되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양 지자체가 통합을 모색하기보다 각자 정책의 우위를 주장하며 경쟁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진영은 수도권통합 교통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진보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출퇴근 하는 길은 하나인데 계산은 제각각이니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기도 어렵다”며 “서울·경기·인천은 욕심을 접고 조속히 협상을 시작해 통합교통카드 체계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