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넘은 공천 벽인데…선거구 사라질라 ‘전전긍긍’

2024-02-27 13:00:38 게재

선거구 획정안, 농어촌 지역구 해체 불가피

민주당 “합의 안 되면 선관위 안으로 의결”

“생활권·소지역주의 표심, 변수될 것”

4.10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을 놓고 여야의 수싸움이 치열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획정안을 따르면 강원도에는 철원·화천·양구·속초·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을 합한 초대형 선거구 탄생이 불가피하다. 전남의 영암·무안·신안 선거구는 공중분해 돼 각각 3개 선거구로 분산되고, 전북은 전주·익산·군산을 제외한 11개 자치단체가 새로운 선거구로 재편된다. ‘바늘 귀’ 통과로 비견되는 공천관문 너머 선거구 해체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같은 당, 두 사무소? 서울 노원구 공릉역 옆 동일로에 민주당 우원식 의원(현 서울 노원을)의 선거 사무소와 고용진 의원의 선거 사무소(현 서울 노원갑)가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선관위 획정안에 따르면 서울 노원 갑·을·병 선거구는 노원 갑·을로 합구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여야 협상이 지연되자 야당인 민주당은 26일 “협상 진척이 없을 경우 선관위 획정안으로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선관위 획정위에서 만들어진 안은 일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게 불리한 안”이라며 “그럼에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선거구 획정위 원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위 원안을 가지고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에 반발하고 있으나 기존 협상안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커 선관위 획정안에 일부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으로 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29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아 3월 초 ‘원포인트 국회’를 통한 확정 전망이 우세하다.

◆농어촌 선거구 해체 가능성 =선선관위 획정안에 따르면 서울 노원, 부산 남구, 경기 부천·안산, 전북, 전남 등 6곳에서 선거구가 1곳씩 줄어든다. 반대로 부산 북구, 인천 서구, 경기 평택·하남·화성, 전남 등 6곳에서는 1곳씩 늘어나게 된다. 서울 노원갑·을·병은 노원갑·을로, 부산 남구갑·을은 남구로, 경기 부천갑·을·병·정은 부천갑·을·병으로 조정된다. 이와 함께 경기 안산상록갑·을과 안산단원갑·을은 안산갑·을·병으로 통폐합된다.

전북에서는 정읍순창고창부안, 남원진안무주장수, 김제완주임실으로 통합 조정된다. 전남에서는 목포신안, 나주화순무안, 해남영암완도진도로 바뀐다.

반면 부산 북구강서갑·을은 북구갑·을, 강서구로 분구된다. 인천 서구갑·을은 서구갑·을·병으로, 평택갑·을은 평택갑·을·병으로, 하남시는 하남갑·을로, 화성갑·을·병은 화성갑·을·병·정으로 선거구가 각각 1곳씩 늘어나게 된다. 전남의 경우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이 순천갑·을, 광양곡성구례로 나뉜다.

◆통합선거구 현역의원 초긴장 = 경경기도 부천은 기존 4개 선거구를 3개로 축소하는 선거구 안에 제시되면서 반발이 크다. 원미·소사·오정구라는 생활·문화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이 인구수를 중심으로 획정할 경우 혼란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선관위 획정위가 최소인구 기준을 13만6000여 명 이상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부천시 1개 선거구당 평균인구는 약 19만5000여명이란 점을 들기도 한다.

4석 모두 현역의원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의원들간의 치열한 내부경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서울 노원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관위 획정안은 노원을 선거구를 각각 노원갑과 병 선거구로 통합되도록 설계했다. 노원을 현역의원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노원갑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해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인 고용진 의원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전북과 전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전북 김제완주임실 선거구가 탄생할 경우 기존 김제부안 선거구 현역인 이원택 의원과 완주진안무주장수 선거구 안호영 의원간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남에선 영암무안신안 선거구가 인근 선거구로 각각 통합되는 안이다. 현역인 서삼석 의원 선거구가 공중분해돼 3개 선거구에 각각 통합된다. 서 의원이 어느 선거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의원간 경선이 불가피하다.

◆소지역주의·인구층 변화 주목 = 인구수 기준의 농어촌 선거구 통폐합이 강행될 경우 4년 마다 초거대 선거구 등장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도의 6개 지자체를 포함하는 선거구가 다른 비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남·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때마다 농산어촌 지역의 의석수는 줄어들고 있다. 도시지역에 비해 농어촌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국회에 제출된 획정안은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군 복합선거구에서는 선거결과가 소지역주의 현상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가 많은 시 지역 출신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지역에서도 인구유입 변화가 큰 지역이 선거구에 포함돼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남구갑·을, 북강서갑 선거구의 통합과 분구안이 담겼는데 합구와 분구에 따른 정치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인구유입이 큰 명지신도시와 화명신도시가 어디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강서구의 명지신도시는 4년 전보다 1만8000여명 이상의 인구가 늘어 이들의 표심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명환·부산 곽재우·무안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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