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값싼 노동력’아닌 수련 질 높여야”

2024-03-13 13:00:02 게재

근무시간 단축, 수련비용 지원 …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일차의료 수련 기회 확대해야”

#. 많은 수의 수술과 입원환자를 동시에 신경써야 하는 외과 입장에서 업무의 강도가 높은 과들에 대한 지원이 더 이뤄졌으면 한다. 무리한 수련 시간 및 업무 강도로 인해 환자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금전적 지원을 통해 보상을 해주거나 업무 강도 및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인력을 더 보충해야 한다.

#. 빚내서 의대공부하고 몸 상해가면서 전공의 수련하고 이후 전문의 되었을 경우 보상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보상받을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점점 떨어져 간다. 수련 안하고 그냥 일반의로 피부, 미용, 도수치료 하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전문의로 자리매김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공의들의 말이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전공의(수련의, 인턴-레지던트) 수련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전문의 중심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도 수련환경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최근 형성되고 있다.

계속되는 의정갈등, 고통은 환자 몫 연일 계속되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까지 의료 현장에 투입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변하지 않는 전공의 근무 치중 수련환경 = 13일 보건복지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수련과정은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인 임상역량을 키우고 진로 선택을 맞춰 일하면서 배우는 것으로 이뤄졌다. 전공의는 병원에 채용된 근로자인 동시에 학습생인 셈이다. 사회적으로 보면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의료인력 양성이 기대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공의의 수련과정은 배우는 기회보다 근무에 치중돼 있는데 이는 국내 수련제도가 생긴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대세다.

2011년 8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대한의학회(연구책임자 왕규창)에 의뢰한 ‘전문의제도 개선방안연구’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현재(2011년)의 전공의 수련은 교육 보다는 근로에 편중돼 있다. 많은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여건 하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근로인 진료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지역별 또는 전문과목별 수급불균형에 따라 더욱 심각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연구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은 전공의의 교육과 환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전공의 공백시 대체인력 마련, 전공의 수련비용의 국가적 지원으로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를 도입해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전공의의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피교육자이자 근로자인 특수 신분을 고려해 근무시간 외에 적정 수준의 급여와 휴가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후 2015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특별법)’ 제정 이후 많이 개선됐으나 2020년 인하대의대 전공의 조사에서는 ‘전반적인 업무시간 및 강도, 급여수준을 포함한 수련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총 108명 중 53명(49.1%)가 불만족, 39명(36.1%)가 보통, 만족은 22명(20.4%)으로 여전히 수련환경 만족도가 낮았다.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의존 줄여야 =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 근무에 치중된 것은 수련병원들의 의사인력이 전공의에 의존한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이다. 서울대병원 46.2%, 연세대세브란스는 40.2% 수준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전공의가 1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하게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한 병원 인력구조이다.

하충식 창원한마음병원 이사장은 “그동안 큰 대학병원들이 중환자 중심 진료·연구활동에 치중하지 않고 많은 외래환자를 보기에 급급했다”며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면서 전공의들은 임상 실력을 높이거나 진료에 도움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쌓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는 정부의 의료개혁 과제에 반영됐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진료과목과 일차의료 관련 수련 기회 대폭 확대 △지도전문의 확보 △연속근무 36시간 축소 시범사업 등 근무시간 단축 △비용 지원 등이 거론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2일 중앙재난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현실은 수련보다는 병원의 부족한 인력을 메꾸는 데 방점이 많이 찍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수련 기간 내에 충분히 훌륭한 의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위주로, 일을 하는 것도 프로그램 위주로 될 수 있게 구조를 갖춰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병원 측에서는 미덥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 소재 상급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중심의 상급병원 운영에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전공의가 노동자이면서 교육생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현재 전공의 교육비 전체를 병원이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 임금의 3배 이상인 전문의까지 늘린다면 수가 조정 만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선진국은 전공의 수련 비용을 병원이 아니라 건강보험이나 국가 또는 관련 기금으로 직접 지원한다”면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현실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전공의 인건비뿐만 아니라 지도 전문의의 인건비도 메디케어(Medicare)나 메디케이드(Medicaid)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공의 수련에 드는 비용의 70%를 정부에서 지원한다. 일본은 2004년부터 의대 졸업 후 2년간 임상수련과정과 임상연수 관련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한편 간호단체 한 관계자는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을 받은 일부 간호사를 합법과 불법이 오가는 전담간호사(PA간호사)로 활용해 왔다”며 “법 제정으로 전문의 전공의 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가 역할을 분담하고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장세풍 박광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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