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노동정책비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여·야 모두 ‘찬성’

2024-03-15 13:00:01 게재

한국노총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 … 노란봉투법 재추진, 주 4일제엔 국민의힘만 ‘반대’

제22대 총선이 한달도 안남은 가운데 한국노총은 12일 서울 영등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비교·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앞선 지난달 ‘22대 총선 한국노총 7대 핵심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각 정당에 노동·사회 정책 공개 질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한국노총 7대 핵심정책을 요구안은 △사회적연대 입법 법제화(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동일임금-동일노동 법제화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노란봉투법) 재추진 △공적 노령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주 4일제 도입 및 장시간 압축노동 근절 △산업별·업종별 교섭과 사회적 임금체계 구축 △지역 중심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공공의료 인력확대 및 의료 불균형 해소 등이다.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새진보연합 진보당 등 6개 정당 노동정책담당자들이 참석했다. 개혁신당은 답변하지 않았고 최근 창당한 조국혁신당에는 질의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노동의제 중 하나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에 대해 여·야 모두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에 대해서는 여·야가 엇갈렸다. 여당인 국민의힘만 ‘반대’했다.

양대노총, 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 촉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노조법 제2·3조 개정 재추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한국노총의 22대 총선의 3대 노동공약에 대한 질의에 대해 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 △취약노동 보호 △노동안전보건 체계 확충을 꼽았다.

녹색정의당은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원상 복구 △생애주기 노동시간단축이라고 답변했다. 새진보연합은 △주 3일 휴식제 도입 △불안정·비정형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돌봄노동 공공성 강화라고 했다. 진보당은 △임금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 실현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1만5000원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노동총선공약은 아직 검토 중으로 미확정”이라고 밝혔고, 새로운미래도 “공약을 제작 중”이라고 답했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도입되나 = 한국노총의 7대 핵심 정책요구안 중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 여야 모두 대체로 찬성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 유급휴가, 해고제한·부당해고 구제신청, 해고 서면통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연장 근로시간(주 52시간) 제한 등 근로기준법 핵심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길채 민주당 정책위원회 노동수석전문위원은 “한국노총 요구 내용은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전면 시행하되 형사처벌 규정의 적용은 일정기간 유예조치하자는 것으로 민주당이 추진해왔던 근로기준법 개정 내용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권혁태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입장”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결과를 반영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용 녹생정의당 노동정책위원도 “2027년까지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추진하겠다”며 “비용문제가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 유급 공휴일 전면 적용을 2024년까지 우선해 입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은 사회적 대화 결과를 반영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단계적 추진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당의 입장을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노란봉투법 아닌 다른 대안 마련 =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에 대해 공감했지만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를 원청기업 등으로 확대해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소송을 막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은 2014년 쌍용차 파업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도우려고 시민단체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비롯됐다.

2022년 7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이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끝났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의 손배소송을 청구하면서 노란봉투법을 소환했다. 지난해 11월 노란봉투법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빠른 시일 내에 재추진할 것”이라며 “노동·사회 진영이 함께 하는 연대체를 구성해 2024년 내에 입법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반대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리와 맞지 않아 노조법 체계 전반의 정합성에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경사노위 논의를 통해 다른 제도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여·야 입장 갈려 = 65세 정년연장 법제화에 대해서는 야당들은 원칙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단계적 연장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법정 정년은 60세다. 국민연금제도에 따른 수급개시 연령은 65세다. 가입 상한 연령은 59세다. 국민연금의 수급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이 일치하지 않아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국민의힘은 “고령화 시대에 정년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것은 당연히 고려돼야 할 정책”이라면서도 “정년 65세 법제화보다는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적 계속고용제도(정년연장 재고용)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중소영세기업부터 법정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에 맞춰 연장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주 4일제 찬성, 여당은 사실상 반대 = 주 4일제 도입과 장시간 노동 해소에 대해서도 여야의 입장이 갈렸다. 민주당은 ‘주 4일제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설치·운영해 ‘실노동시간단축 로드맵’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주 4일제, 새진보연합은 주 3일 휴식법, 새로운미래는 주 4.5일제를 제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주 4일제 도입에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주 4일제 입법은 근로자의 임금감소로 직결되고 다수의 중소기업은 신규인력 확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비용 등의 문제로 노사 모두에게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민주당은 1일 최장 노동시간 제한, 노동시간 적용 제외·특례 폐지 등에 대해 법 개정보다는 인센티브 제공 등 유도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어 한국노총의 요구를 명확하게 수용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은 노동시간 감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부정적이고 경사노위 차원에서 건강권 보호와 일·가장 양립 등을 도모하는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밝혀 매우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여당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산별교섭 반대 =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방안의 하나로 산별교섭을 활성화하고 교섭결과의 효력을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산별교섭 법제화에 동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산별교섭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제도 마련은 필요하지만 법으로 강제할 필요는 없다”며 “산별교섭 법제화는 노사자치 원칙을 훼손하고 이중·중복교섭으로 인한 교섭비용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우리사회는 저출산·고령화,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위기, 저성장 국면의 장기화 등 복합위기에 놓여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이 같은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이합집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노동·민생을 위한 정책공약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한국노총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공약 분석과 토론회를 토대로 15일 정치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열어 총선 정치방침(안)을 마련하고 25~26일 온라인 임시대의원대회에서 4월 총선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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