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상 청해진해운이 묵살”(종합)

2024-03-15 13:00:11 게재

기무사 기밀문건에 담겨

강득구 의원, 15일 공개

10년 전 세월호 참사 직전 선장 이준석씨가 청해진해운과 승객 퇴선 문제를 논의했지만 회사가 이를 묵살했다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기밀 문서가 공개됐다.

그동안 각종 의혹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정보기관의 기밀문서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문건을 공개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문서는 기무사의 ‘침몰선박 세월호 관련 이면동정 보고’라는 제목으로 문건 맨 위에는 ‘1처 위기관리센터 주무보고 / 2처 7과 참고보고’ 등이 기입돼 있다. 이 문건은 2014년 4월 24일 작성·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꼭지의 정보보고가 담겨 있는 이 문건에는 ‘세월호 대체선장, 사고 전 인천본사 기술담당이사와 장시간 통화’라는 소제목이 눈길을 끈다. 대체선장은 이씨를 말한다.

‘세월호 대체선장은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사고 시간에 이르기까지 본사 기술담당 박 이사(성명미상)와 장시간에 걸쳐서 휴대폰 통화를 했다’ ‘이 때 세월호의 기계적 결함 등 문제에 대해 언급 하면서 본사 차원에서 조치(사고발생 우려에 따라 정선 후 조기 승객 퇴선명령 등)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묵살 당한 이후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했다’ ‘선장은 승객에 대한 퇴선명령 시기를 놓치는 등 공황상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선장 이씨와 교류하고 있던 검찰과 해양경찰 관계자들을 접촉한 내용도 있었다.

또 다른 꼭지는 ‘인천지검 항만분실장, 세월호 사고 전 선장 접촉시 선박이상징후 인지’라는 내용이 있다.

보고에는 항만분실장이 사고 10여일전 선장 이씨와 만나 나눈 대화가 정리돼 있다. 선장 이씨는 세월호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회사측을 찾아갔으나 오히려 꾸지람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사고 직후 선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직원들의 주장을 선사가 묵살했다는 의혹은 수차례 제기됐고,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정보기관이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대외비로 관리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날 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기무사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사참위는 이 문건과 관련된 기무사 요원의 의견 청취를 했지만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

강 의원은 “기무사 조직 특성상 허위보고가 이뤄졌다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낡고 위험한 배를 운행해왔다는 것과 선박 이상이 있다는 보고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수사당국의 강제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인천항만분실에 검사를 파견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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