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기업지배구조 혁신의 교훈

2024-03-21 13:00:33 게재

일본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그 원인으로서 그동안 일본기업과 정부가 주력해왔던 기업지배구조 개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현재 주주 고객 종업원 지역사회 정부 등 각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투명, 공정, 신속한 의사결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개인주주를 다소 경시했던 경영이나 주주이익만 지나치게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와 달리 각 이해당사자를 균형있게 배려하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당사자자본주의’ 전환이 핵심 이러한 일본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추이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본기업의 지배구조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재벌해체로 오너 없는 경영자 지배구조가 된 후 구 재벌기업끼리 상호출자로 기업그룹을 형성했다.

경영자 지배의 감시기능으로서는 그룹의 주거래은행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1990년대의 버블붕괴로 타격을 입으면서 은행의 감시와 지원 기능이 약해지고 6대 그룹 기업 간의 상호출자도 급감했다. 기업집단이 와해되는 상황 속에서 각 산업의 단독 대기업과 자회사 사이의 유대라는 업종 전문 소그룹 구조가 주류가 되었다. 한편 주거래은행 제도 약화는 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사실 일본기업은 버블붕괴 이후 수십년 동안 투자를 억제하고 임금도 동결하는 보수적인 경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데 급급했던 측면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정부는 그동안 상법개정(2001년) 회사법 도입(2006년) 등을 통해 독립적인 감사와 사외이사 채용 확대를 의무화해왔다. 2014년에는 기관투자가와 기업의 대화를 통해 성장전략을 촉진하고 주주를 배려하는 경영을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강화했다(2017년, 2020년 개정).

그리고 도쿄증권거래소가 2015년에 특수관계인과 일반 주주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주주의 권리 및 평등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해 2018년, 2021년에도 개정·강화했다. 이러한 개혁에 따라 일본기업(닛케이지수에 포함된 225개사 기준)의 독립적 사외이사의 비중은 2023년 46%로 확대했다. 독립 사외이사 중심의 사장지명위원회 임원보수위원회 감사위원회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경영진에 대한 감시기능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은 주주 배려, 수익증대 경영에 주력하는 한편 최근에는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국가경제와 기업가치의 선순환을 고려해 임금인상이나 자국내 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그린 이노베이션과 함께 디지털 혁신에 주력하면서 이사회 산하에 관련 위원회를 설치, 체계적인 틀을 가지고 전사적으로 전략을 전개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각국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대책반(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에 의해 기후변화에 따른 복수의 시나리오별 수익 영향 등의 재무정보를 공개한 일본기업수는 1488개에 달한다(2023년 11월). 이는 미국 509개, 한국의 199개와 큰 격차를 나타내 ESG 투자자금 등의 유치에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글로벌 기준 따른 지배구조 혁신 지속돼야

이러한 일본기업의 사례를 보면 시대의 변화, 글로벌 기준을 고려하면서 지배구조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전문성과 경영 경험 등을 가진 글로벌 인재를 사외이사로 확보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혁신을 참고로 할 필요도 있다.

일본기업이 전문 분야의 심화와 글로벌화에 주력해 복합·종합기업이라는 브랜드 혼란성을 피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상태에서 소액 주주 이익이 애매하게 조정되지 않도록 하는 경영의 투명성과 견제 시스템의 강화도 중요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