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말로만 대화…퇴로없는 갈등

2024-03-27 13:00:00 게재

정부 5월까지 증원 절차 마무리 … 의료계, 정책 백지화가 전제조건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싸고 갈등 중인 정부와 의료계가 각기 다른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책임 전가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부는 의료계가 대화 조건으로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자 증원 관련한 모든 후속조치를 5월까지 마무리하겠다며 사실상 제안을 거절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5월 내로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대교육 지원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대학별 교육여건 개선 수요조사 계획을 논의했다. 또 교육부 현장점검팀은 각 의대를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특히 박 차관은 “의료계에서는 가슴 졸이며 애태울 환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 힘을 싣기 위해 한덕수 총리는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교육·의료계 인사들을 만났다.

대학병원에 붙은 휴진 안내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하지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나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한다. 앞서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대·울산대·연세대 의대 교수들에 이어 27일 회의를 열 가톨릭대 의대 교수까지 합류하면 이른바 ‘빅5’ 병원 교수 모두 사직서 제출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또 전의교협은 소속 병원장들에게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체력 소진으로 환자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이 예고했던 진료 축소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또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침묵으로, 의대생들은 휴학계 제출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제안했다는 소식에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대학 학칙에 맞는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25일 현재 9231명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49.1% 수준이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다.

여기에 26일 끝난 선거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으로 뽑힌 것도 변수로 등장했다.

임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기자들과 만나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으로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의 파면 등을 전제 조건으로 걸어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대표인 A씨의 강남구 청담동 자택과 역삼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A씨는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개인정보를 공개한 게시글을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강제수사는 ‘메디스태프’ 임직원의 증거은닉 등 혐의 수사와도 관련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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