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미래차 전환

노동시간 단축 공약, 국민의힘·개혁신당엔 없다

2024-04-05 13:00:17 게재

노동시민단체, 정당별 공약 분석결과 … 직장인 ‘주4일제 도입’ 찬성률 높아져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3월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가 국민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874시간이다. 전년(1904시간)보다 30시간 감소한 것으로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56.2시간이다. 역대 처음으로 1800시간대로 떨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이다.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 임금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평균 연 1719시간이다. 우리나라보다 연간으로 155시간, 월간으로는 13시간 적었다.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많은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이스라엘 5개국 뿐이다.

장시간 근로가 노동생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7월 발간된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OECD 38개국 평균인 64.7달러보다 낮다.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가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아이슬란드 벨기에 영국 일본 스페인 등 몇몇 국가나 지역, 개별 기업 차원에서 주4일제 실험을 하거나 도입 중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SK 포스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4일제’ ‘격주 4일제’ ‘주4.5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과로사회와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주4일제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1일 노동시민단체 ‘주4일제 네트워크’(네트워크)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노동시간 관련 정당별 공약을 분석해 각각 발표했다. 네트워크에 따르면 주요 원내 8개 정당 가운데 녹색정의당·더불어민주당·새로운미래·새진보연합·진보당 5개 정당을 제외한 개혁신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 3개 정당은 주4일제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없었다.

주4일제 네트워크 출범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산별연맹, 단위노조와 유니온센터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단체, 일하는시민연구소 등 연구단체들은 2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 단체들은 노동시간 단축 및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위한 주4일제 도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을 제시하고 ‘주4일제 등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설치·운영해 ‘실노동시간단축 로드맵’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네트워크에 “주52시간 상한 노동시간제도가 안착하는 과정으로 주4일제 법제화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면서 “주4(4.5)일제 도입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주4일제, 새진보연합은 주3일 휴식제(주 32시간), 새로운미래는 주 35시간제를 제시했다.

◆국민의힘 주4일제 “비현실적” 반대 = 국민의힘은 주4일제 도입에 반대했다. 다만 ‘유급 법정공휴일’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난달 한국노총 주최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비교·평가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은 “주4일제 입법은 근로자의 임금감소로 직결되고 다수의 중소기업은 신규인력 확보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혁태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은 “건강권 보호, 일·생활 양립 등 측면에서 근로시간의 감축이 바람직하나, 당장 법정 근로시간(주40시간)을 단축하는 입법은 노사 모두에게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제도 개선 관련 사회적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므로 향후 실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 생산성 향상과 일·가정 양립을 도모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경사노위에 결정을 떠넘기는, 하나 마나 한 수준의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개혁신당은 ‘주52시간 예외 사례 현실적 반영’을 공약했다. 이에 네트워크는 “퇴행적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유연근무·위라밸(일과 삶의 균형) 직장문화 확산 등 공약에 그쳤다.

녹색정의당·민주당·새진보연합·진보당은 ‘11시간 연속휴식제’ 도입을 공약했다.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연장근로·휴식시간 규제에서 제외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만 적용하던 것을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근로시간 개편 논의과정에서 이를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로 소개하면서도 ‘선택’ 사항으로 했다.

녹색정의당·민주당은 포괄임금제 금지와 유급연차휴가 취득요건 완화(1년→6개월)를, 진보당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1시간씩 부여되는 휴게시간의 유급화를 공약했다. 녹색정의당·새진보연합·진보당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이나 연차휴가 도입을 공약했다.

‘주4일제 네트워크’는 2월 출범식에서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달성해야 할 기준’의 노동시간 체제도 달라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산재와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일과 삶의 균형, 성평등한 사회와 일터를 실현하기 위해 주4일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65% 찬성, 2021년(51%)보다 높아 = 한편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직장인들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노동정책으로 ‘자동 육아휴직제와 육아휴직 기간 소득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꼽았다. 또한 주4일제 도입에 대한 직장인들의 찬성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2월 2~13일 설문 조사한 결과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노동정책이 무엇이냐’는 질음에 27.5%가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 및 육아휴직 기간 소득보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근소한 차이로 ‘노동시간 단축’(26.4%)이 2위를 차지했다. 자동 육아휴직제는 출산휴가 후 별도의 신청 없이 육아휴직이 시작되는 제도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1월 14~16일 19세 이상 임금 노동자 300명에게 조사한 결과 67.3%(정규직 68.1%, 비정규직 66.7%)가 주4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이 연구소가 지난해 9월 임금 근로자 500명으로 대상으로 했던 조사 때의 찬성률인 61.4%보다 높아진 수치다. 2021년 한국리서치가 시민 1000명 대상 조사에서는 찬성 응답률이 51.0%였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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