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⑤ | 서울 용산구

‘정권심판 출발지’냐 ‘한강벨트 교두보’냐

2024-04-05 13:00:28 게재

강태웅-권영세 살얼음 리턴매치

4년 전 ‘890표차’ 승부 재연?

서울 용산구의 관전포인트는 세 가지다.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첫째,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새로운 정치 1번지로 떠올랐다. 종로 못지않게 이번 총선 민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

둘째, 한강벨트 싹쓸이를 꿈꾸는 더불어민주당과 용산을 기점으로 한강벨트 수복을 꿈꾸는 국민의힘 간 혈투다. 민주당은 공식선거운동 출정식을 용산에서 열고 정권심판벨트의 출발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때 한강벨트 16곳 중 유일하게 수성한 용산을 이번에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셋째, 4년 전 890표(0.66%)차로 승패가 엇갈린 두 주인공의 리턴매치다. 현역 의원인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는 영등포을에서 3선을 지낸 후 용산으로 옮겨 승리를 거뒀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내 인지도가 높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 강태웅 민주당 후보는 4년 전 패배 후 골목골목을 누비며 설욕을 기다려 왔다. 용산 토박이로서 30년 행정가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한강벨트 내 최고의 격전지인 만큼 용산 유권자들의 고심도 깊어 보였다.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3일 신용산역 근처 오피스텔에서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30대 주부는 “꼭 투표할 생각”이라면서도 “아직 어느 쪽을 찍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정부가 그렇게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삼각지역 근처에서 오랫동안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했다는 60대 남성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누가 될 것 같냐고 묻는다면 권영세가 우세할 것 같더라”고 점쳤다. 옆에 있던 다른 60대 남성도 “민주당은 누가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개딸이 너무 설친다는 것만 안다”고 맞장구를 쳤다.

국민의힘을 꾸준히 지지해왔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을 선택하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한강로동에 산다는 70대 여성은 “의사 아들을 두고 있다”면서 최근 의정갈등을 보며 느낀 좌절감을 털어놨다. 이 여성은 “윤 대통령을 당선시키려 선거운동도 해본 사람이지만 이번에 자기 지지층인 의사들을 카르텔로 모는 걸 보고 마음이 돌아섰다”면서 “국민 눈치 안 보는 대통령이 대통령이냐”고 반문했다.

원효로2동에 위치한 성심여고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보수성향을 지켜왔고 바꿀 생각도 없다”면서 권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다. 다만 “나같은 집토끼 입장에서 봤을 때도 산토끼(부동층)들이 이쪽(국민의힘)을 찍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겠다 싶다”면서 “경제도 별로고, 윤 대통령 옆에 있는 사람들도 별로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100석 아래로 내려간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렇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고 걱정했다. 막판 보수층의 결집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수치도 격전 양상이다. 올해 1월 이후 공개된 10번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강 후보가 수치상 조금 앞서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차 범위 밖 우세는 드물었다. 일부 조사에선 권 후보가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오는 등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후보들도 선거 당일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는 초박빙 승부를 예상하며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고 있다. 두 후보 측은 “이겨도 져도 890표차”라면서 “누구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선거”라고 전망했다. 강 후보는 3일 원효로 경로당부터 국립중앙박물관까지 훑어가며 바닥표를 다졌다. 권 후보는 4일 오전 원효로 유세 후 한남동으로 옮겨 지역 민심을 챙겼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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