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⑤ | 경기 하남시 갑

‘저격수’와 ‘호위무사’ 누구 손 드나

2024-04-05 13:00:28 게재

추미애 ‘경험’ 이용 ‘참신’

선거구 분할,후보 잘 몰라

경기 하남갑에선 ‘윤석열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 용 국민의힘 후보와 ‘윤 대통령 저격수’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이 후보는 윤 대통령의 후보시절 수행실장을 지냈고 추 후보는 법무부장관 시절 ‘윤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정권 심판’을, 이 후보는 ‘여당 일꾼’을 강조하며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

4일 하남갑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덕풍전통시장 인근에서 만난 80대 조 모씨는 “이 용 후보가 젊고 대통령과도 가깝다니 지역 발전에 더 보탬이 되지 않겠나 싶다”며 “추미애 후보는 인지도가 높지만 욕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라는 70대 유 모씨는 “대통령이 나라 경제 다 망쳐놓고 있다”며 “낙하산 공천 때문에 말이 많긴 했지만 거물 정치인이 왔으니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최근 2주 사이에 하남갑 여론조사가 9번 실시됐는데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쟁하는 결과가 3번 나왔다. 나머지 6번은 오차범위 밖에서 추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용 국민의힘 후보

하지만 여야 모두 하남갑을 격전지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에 하남시로 하나였던 선거구가 인구 증가에 따라 올해부터 갑과 을로 분구됐기 때문이다. 16대 총선 때 신설된 하남시 선거구는 이후 보수계열 정당이 3번, 진보계열 정당이 3번 당선된 ‘스윙보터’ 지역이었다.

그러나 분구된 하남갑은 구도심과 농촌지역이 포함돼 하남을보다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할 것으로 분석된다. 감북동·초이동 등 농촌지역은 보수세가 강한 편이고 인구가 많은 덕풍동 신장1·2동은 ‘스윙보터’ 성향을 보이는 구도심지역이다. 신도시인 위례동은 서울 송파 생활권이다.

민주당은 이런 지역특성을 고려해 추 전 장관을 전략공천했다. 법무부 장관과 당 대표, 5선 국회의원 등 풍부한 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추 후보는 선거공보에서 “검찰독재를 막아내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더 살기 좋은 하남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이 용 후보는 ‘하남문제해결사’를 전면에 내걸었다. ‘친윤’ 색채를 빼고 지역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선거공보에서 “하남 발전에 ‘검찰독재 정권 종식’이 왜 필요합니까?”라며 하남에 연고가 없는 추 후보를 겨냥해 “10년 간 하남에 산 사람, 앞으로도 하남에 살 사람”이란 점을 강조했다.

하남시는 위례를 비롯해 미사, 감일, 교산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교통난과 교육문제, 신·구도시 간 불균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 후보는 ‘젊은 여당 일꾼’임을 강조한다. 특히 1호 공약인 ‘하남시 서울편입’ 이슈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에 당선돼 송파편입 절차를 6개월 안에 추진하지 못하면 사퇴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추 후보는 ‘5선 중진의 풍부한 경험’을 내세운다. 추 후보 캠프 관계자는 “중앙정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상대후보가 지역을 모른다고 공격하는데 경험도 많고 지역도 잘 안다”며 “왜 자꾸 정권 탓하냐는데 지역화폐 R&D 예산 깎고 하는 게 지역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선거구 분구, 후보 교체 등으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70대 부동산중개사는 “지역에서 활동하던 후보들이 다 바뀌고 선거구도 나뉘어 잘 모르겠다”며 “누굴 찍든 투표는 꼭 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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