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강대원 박사를 기리며

2024-04-12 13:00:00 게재

1956년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가 최초로 상업용 직접회로를 만든 이래로 반도체산업은 미국에서 탄생했고 지금도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70여년 전에는 세상에 없던 제품이 오늘날 가전기기부터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AI), 국가안보, 산업과 경제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으로 등장하기까지 위대한 과학자와 공학 거장들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반가운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IC혁명에 초석을 깐 위대한 발명

미국식 이름 다윈 강(Dawon Kang) 바로 강대원 박사(1931~1992)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자는 존 바딘과 월터 브래튼이지만, 트랜지스터의 대량생산은 1960년 벨 연구소의 이집트계 미국인 모하메드 아탈라와 바로 강대원 박사의 공동연구로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고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전의 트랜지스터는 전력소비가 많고 제조가 까다로워 집적화와 대량양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이들은 새로운 반도체로 전력소모가 적고 소자를 작게 만들 수 있는 집적회로용 모스펫을 개발했다. 이후 반도체는 이 원천기술을 사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거대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컴퓨터와 휴대폰을 위시해 산업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스마트폰중앙처리장치(AP), D램 등은 모두 이들이 발명한 CMOS 공정(Complementary MOS)으로 제작되고 있다. 강 박사는 1967년 대만계 미국인 사이먼 지와 함께 플래시 메모리의 초석이 된 플로팅 게이트 (Floating Gate)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그동안 개발된 반도체는 전원이 갑자기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는데 플로팅 게이트 기술을 개발해 전원이 끊겨도 저장능력을 지닌 반도체를 개발할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기술은 향후 플래시메모리, 이피(EP)롬, 이이피(EEP)롬 등 대용량 기억저장매체에 활용되어 IC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1975년에 탁월한 과학기술자에게 수여되는 플랭클린연구소의 밸런타인메달을 받았다. 2009년에는 트랜지스터 발명 60주년을 맞아 미국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어 기념비적 인물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세계 유수의 발명가들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가 발명한 모스펫과 플로팅 게이트는 현대 IC혁명의 초석이 되었다. (크리스 밀러 ‘칩워’, 위키피디아 내용 참고함)

최근 미국의 첨단산업과 증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단연코 ‘인공지능(AI) 붐’이라고 할 수 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등장은 기술혁신이 어떻게 글로벌 최고 기업을 탄생시키는지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PC) 붐 때 탄생한 인텔, 윈도우 소프트웨어의 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 시대의 애플 등 글로벌 최고 기업의 탄생은 언제나 기술혁신과 함께였다. AI생태계는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기업, AI모델과 플랫폼, AI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팅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클라우드의 컴퓨팅 성능을 담당하는 반도체와 네트워킹 장비 등 하드웨어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조하면서 AI생태계 중 하드웨어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경쟁자의 추격으로 ‘경쟁력의 해자'가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해자 지속가능할까

세계 각국은 AI를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역량으로 보고 새로운 글로벌 AI 질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향후 각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AI 시대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디쯤일까. 영국의 데이터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Tortoise Intelligence)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 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AI 지수는 62개국의 AI 역량을 구현 혁신 투자 3가지 부문 내 7대 하위 분야와 111개의 세부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종합적으로 6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부 데이터를 보면 속빈강정으로 그리 안도할 것은 못된다. 12개 국가 중 6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독 인재 분야에서는 중국(평점 30) 핀란드(34.5)에 이어 35.1을 기록, 하위 세번째 국가이기 때문이다. AI와 반도체 등 ICT산업은 핵심인력이 승패를 가른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나, 엔비디아 AMD 인텔 TSMC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의 창업자 또는 CEO는 대부분 과학기술자 공학도 출신이다. 한국 첨단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강대원 박사를 기리는 이유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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