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속 제재에 중국 ‘반사이익’

2024-04-16 13:00:04 게재

런던, 러시아 신규 생산 알루미늄·구리 등 금지

‘원자재 가격 결정’ 상하이선물거래소 위상 제고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금속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모양새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주요 원자재의 최종 구매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세계 경제에 중요한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곳으로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알루미늄 블록. 로이터=연합뉴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러시아에서 새로 생산한 알루미늄, 구리, 니켈 거래를 금지함에 따라 중국의 수입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상하이선물거래소(SHFE)는 이 세 금속의 러시아 거래를 허용하는 세계 유일의 주요 상품 거래소가 됐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소재 궈타이쥐난선물의 수석 애널리스트 왕롱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러시아 금속의 유동성이 더 감소할 수 있으며 글로벌 무역 흐름도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취해진 에너지 시장 제재는 이미 중국의 구매 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됐다. 또 러시아는 현재 중국 석탄 수입 2위 국가이며, 올해 중국의 최대 천연가스 공급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 제재와 무관하게 중국의 러시아 알루미늄 수입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알루미늄 대기업 유나이티드 루살 인터내셔널은 2022년 매출의 8%를 중국에서 올렸는데 지난해에는 이 규모가 23%까지 늘어났다. 루살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속에서 주요 원료의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 알루미나 공장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

궈타이쥐난은 새로운 제재로 인해 미국과 영국 관할권 밖의 국가, 특히 중국으로 러시아 금속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추가 공급은 중국 국경 내에 더 많은 자재 풀을 만들어 중국에서 생산된 금속의 수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정제 구리 및 알루미늄 생산국이자 인도네시아 투자를 통해 니켈을 생산하는 주요 국가다.

중국 수입업자들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요 원자재 할인을 받고, 일반적으로 결제되는 달러를 우회해 위안화로 결제하는 혜택을 누려왔다. 이는 세계 최대 원자재 구매국인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덜 받는 데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기축 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중국의 계획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매우 부진한 시기에 더 많은 러시아 금속이 수입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금속 거래업자들은 지난해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구리 등의 품목은 최근 들어서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금속의 추가 공급이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15일 장 초반 런던과 상하이 금속 간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LME 알루미늄은 9.4%까지 급등했지만, SHFE에서는 12일 종가 대비 2.9% 상승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용강리소스의 거래 책임자 해리 장은 “이러한 불일치는 부분적으로 트레이더들이 런던에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LME 숏(매도) 포지션과 상하이에서 상승할 것이라는 SHFE 롱(매수) 포지션을 모두 청산해 역차익거래로 인한 손실을 막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대신 고르지 않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중국산 알루미늄 수입이 중단되고 있다. 위안화로 가격이 책정되고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면 러시아산 금속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중국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오랫동안 글로벌 원자재에 대한 가격 결정력을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상하이거래소의 경우 새로운 제재 규정으로 인해 러시아산 기존 금속은 세계 벤치마크인 LME와 미국 최고의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에 계속 공급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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