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대표 부정선거, 실형 선고
투표함 바꿔치기
아파트 동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투표함 바꿔치기 방식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른 선거관리위원과 관리사무소장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6단독 송혜영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중랑구 모 아파트 동대표 재선거 선거관리위원 A씨와 관리사무소장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선출직 공무원 등을 뽑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이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아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2년 말 4명의 아파트 동대표를 선출하는 재선거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공모했다. 이들은 허위 투표용지가 들어간 위조 투표함을 제작해 이를 정상 투표함과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투표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정상투표함에 있던 투표용지 파쇄를 다른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시키는 등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송 부장판사는 “공정한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구성원들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재선거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와 B씨는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특정인이 당선되게 했다”며 “계획적이고 치밀하고 대범해 그 결과도 중대하다”고 질타했다.
A씨와 B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이 합의서 및 처벌불원서까지 제출했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선처를 탄원했다. 이들은 같은 종류의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지만 실형 선고를 피하지 못했다.
또 다른 선관위원 C씨는 위조 투표함을 투표소로 이동하는데 가담한 사실로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C씨는 “위조 투표함인지 몰랐다”고 진술했고, 고소인은 법정에서 C씨 주장이 맞다고 증언했다.
송 부장판사는 C씨에 대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A, B씨와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로 선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