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아파트 강도’ 필리핀서 검거

2024-05-13 13:00:01 게재

주범 3명 해외도피 6개월 만 … 송환 절차

‘김미영 팀장’ 탈옥, 사법공조 강화 목소리

2년 전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7인조 특수강도 사건’의 주범 3명이 필리핀으로 도피했다가 6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이런 가운데 ‘김미영 팀장’ 일당 총책 박 모씨가 수감 중이던 필리핀 교도소에서 탈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해외 도피 범죄자 조기 송환에 보다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특수강도 혐의로 적색수배가 내려졌던 A씨 등 3명을 지난 3일 필리핀 세부에서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다른 공범 4명과 함께 2022년 6월 복면과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폭행·협박한 후 1억3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중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2월부터 현지서 추적 = 경찰은 지난해 11월 전체 피의자 4명을 검거한 뒤 나머지 3명을 추적하다 올해 2월 이들이 필리핀 세부로 도주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로부터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은 경찰청은 수배관서인 서울 광진경찰서, 코리안데스크, 필리핀 법집행기관과 합동 추적팀을 편성했다.

지난 3일 피의자들의 위치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추적팀은 은거지에 진입해 3명 전원을 검거했다. 범행을 벌인지 1년 11개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지 6개월 만이었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현재 필리핀 마닐라 소재 이민청 외국인보호수용소에 수감 중이며, 필리핀 이민법에 따른 강제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필리핀 대사관을 통해 강제추방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필리핀 이민청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추방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시 강제송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도적 범죄로 송환 지연 = 이런 가운데 대출 문자로 피해자들을 속여 수백억원을 뜯어낸 보이스 피싱 1세대인 ‘김미영 팀장’ 일당의 총책 박 모씨의 국내 송환이 또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조직원들이 2013년 대거 검거·구속된 뒤에도 박씨는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2021년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이후 다각도로 박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했으나 2년 넘도록 진전이 없었다. 박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선고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려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박씨가 이번에 탈옥까지 감행하면서 국내 송환은 더 지연될 전망이다. 필리핀 수사당국이 한국행을 결정하지 않고 자국 법정에 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씨가 쓴 꼼수는 이미 필리핀 도피사범들 사이에 만연해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 한국인 80여명 중 50여명이 국내 송환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일부러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끈질긴 추적 끝에 도피사범을 검거해놓고 데려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도피사범 검거·송환에 역점을 둬 각국 경찰 등 법집행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해만 470명의 해외 도피사범을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하지만 1월말 현재 전국 수사부서의 수사 대상 피의자 중 4225명이 해외 도피 중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9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 670명, 미국 548명 등 순이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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