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통일 독트린’ 첫 단추부터 막히나
대통령실 “북한자유인권펀드, 민간기부금으로”
거대야당 민주당·공식 예산 우회한 자금마련 계획
통일부 “통일 이후 사용” … ‘용도’외 사용도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내놓은 ‘통일 독트린’에 출발선부터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안에 별도계정인 민간기부금을 북한자유인권펀드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위법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민간기부금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는 “통일 이후 사용”을 목적으로 설명했다.
19일 국회 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6일 외교통일소위에서 국회 외통위 정홍진 전문위원은 정부측이 제출한 남북협력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설명하면서 “주요 내용은 남북협력기금의 재원으로 기부금을 명시하고 기탁목적 달성시까지 여유자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라면서 “현행 정부 및 정부 외의 자의 출연금 규정과 별도로 정부 외의 자로부터의 기부금을 신설하여 기부금 접수근거를 명확히 하고 통일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심의를 거쳐 기금의 용도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접수하며 기부자가 원하는 시기와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금을 다른 수입과 구분하여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이 기금이 기존에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돈을 어디어디에 써 달라 했을 때 예산 단년도 원칙에 따라 예산 연도가 마치게 될 경우에는 그 돈이 다 국고로 귀속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그래서 앞으로는 이북 고향이신 분들, 이산가족 분들이 이 기금에다가 10억이든지 5억이든지 돈을 기부하시고 이 돈이 나중에 통일된다라든지 이런 상황때 ‘내 이름으로 학교를 지어 달라’ 이런 목적으로 계속 기금으로 적립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개정된 내용을 보면 민간 기부금을 심의를 거쳐 기금의 용도에 부합한 범위에서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부금은 ‘기탁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적립될 수 있다. 외통위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기부금 접수 단계에서 기부 목적이 남북협력기금의 용도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심의하여 접수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기부금 접수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입법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남북협력기금법 8조에 명시된 남북협력기금의 용도는 △남북한 주민의 남북 간 왕래 비용 △협력사업에 필요한 자금 △교역 및 경제 분야 협력사업 촉진 자금 △민족의 신뢰와 민족공동체 회복에 이바지하는 남북교류·협력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지원 및 남북교류·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통일 독트린에 들어있는 ‘북한 자유 인권펀드’를 남북협력기금의 민간기부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거대야당의 저항을 우회하려는 전략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 자유 인권펀드는 그동안 8년 동안 인권재단의 설립을 가로막아온 민주당의 방해 때문에 할 수 없이 새로운 법제화가 난망한 시점에서 기존 남북협력기금법에서 민간 기부금 계정이 올해 7월에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사단법인화해서든 아니면 민간이나 복지가들의 기부를 통해서든 정부 공식 예산을 거치지 않고라도 그러한 자금을 마련하고 또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법의 범위 내에서 그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제안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이명박 정부 시절에 ‘통일항아리’도 국회에서 통일항아리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자 비영리 사단법인이 개인 단체의 기부금을 받아서 그동안 관리를 해 왔다”며 “남북협력기금법의 개정에 민간 기부금 계정이 생겼기 때문에 그러한 통일항아리 기금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 자유 인권펀드를 민간 주체들과 협력하면서 구상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민간 기부금 계정엔 탈북자동지회가 처음으로 참여했다.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주도로 1999년 설립된 탈북민 비영리단체인 탈북자동지회는 기탁목적으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써달라”고 했다.
한편 북한인권펀드는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촉진하는 민간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이다. 대통령실은 “인권펀드는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국내 민간단체들이 혹은 국제 민간단체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또 논의하면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을 찾아가려는 그러한 치열한 노력을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