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이야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가 부족한 노동법원 설립

2024-09-06 13:00:09 게재

5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법원 설립을 적극 검토할 단계라고 언급했다. 또한 대리기사·배달라이더 등 노동약자를 지원하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 임금체불 반의사불벌죄 손질, 미조직근로자 지원 담당부서 신설계획을 밝혔다. 핵심은 오랜기간 논의됐던 노동법원 설립이다. 그 필요성과 노동자들에게 미칠 현실적인 영향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검토해 본다.

노동분쟁 현장에서 바라보는 노동법원

노동분쟁 5심제 축소와 임금체불 민·형사상 원트랙 구축이라는 취지만을 본다면 실효적인 제안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현재 부당해고 등의 노동분쟁에 있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다투게 돼 있고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통해서도 불복하게 된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이래서 사실상 5심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행정소송까지 진행되는 노동분쟁은 전체사건의 3.4%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1만5665건으로 이 가운데 539건만이 법원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동분쟁의 96.6%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종결된다는 객관적인 통계다. 5심제 문제는 극히 일부분쟁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분쟁해결 소요시간에 있어서도 지노위의 경우 평균 47.3일, 중노위의 경우 83.2일로 소송 소요기간에서도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부당해고 등의 사건은 노동자의 생계가 달린 문제로써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해결돼야 한다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과연 노동법원 설립이 최선일까.

임금체불 민·형사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취지도 있다. 임금체불 사건을 하다보면 체불사업주들이 실형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다들 알기에 벌금을 내고 체불금액은 지급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체불금품확인원을 받아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추가적인 변호사 선임에 대한 비용부담이 더 큰 벽을 이루고 있다.

필자는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하면서 열악한 상황 속 노동약자들을 많이 만났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몇십만원 임금체불에 생활이 힘들지만 그것 때문에 생업을 제쳐두고 고용청 진정을 진행하는 것도 머뭇거리는데 만약 소송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분쟁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금액만 1조원을 넘어가고 있어 사회적문제 해결 측면에서는 실용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약자의 접근성을 낮춘다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노동법원 설립보다 절차를 간소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령 점진적 확대적용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에 대해 고민한다면 노동법원 설립보다는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관계법령 확대적용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영세사업자에 대한 보호를 근거로 적용 배제되는 규정들이 많이 있지만 노동법원 설립과 관련돼 문제되는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23조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해고당한 근로자의 경우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체가 불가하다. 그러다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은 자유롭게 해고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차휴가와 가산수당도 받지 못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진정할 수도 없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업재해의 30% 이상 발생하는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 시작단계에서는 매출규모나 영업이익이 영세해 재정능력과 관리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인력관리가 어려워 기업환경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도 간과할 순 없다. 따라서 노동관계법령 전부를 적용한다면 사업을 성장함에 있어 큰 부담이 되므로 입법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노동관계법령을 회피하기 위해 사업장을 형식적으로 분리하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들이 문제다. 정말 영세한 사업장까지 전면 확대하는 건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절충안으로써 점진적인 적용확대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적으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돼야 한다. 해고예고수당 규정은 적용되나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이 불가한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비정규직 계약이 주된 근로계약 형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소한의 고용안정성이라도 보장돼야 한다. 진정으로 노동약자를 지원하고 보호한다면 점진적으로라도 다수의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령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게 하는 것이 먼저다.

유상건

유정노동법률사무소

대표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