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암표상’ 법 개정 후 첫 검거

2024-10-02 13:00:02 게재

무직·군인 등 7명

‘매크로(한 번의 명령어 입력으로 특정 작업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유명 가수들의 공연 입장권 등을 사재기한 뒤 고가에 되팔아온 암표상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관련법 개정 후 첫 검거사례다.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는 20~30대 남녀 암표 판매 사범 7명을 공연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유명 가수 콘서트와 뮤지컬 티켓 등을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 대행하거나 표를 중고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판매한 티켓은 가수 나훈아, 임영웅, 버추얼(가상)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릴파’ 등의 콘서트와 뮤지컬 ‘드라큘라’ ‘그레이트 코맷’ 등으로 다양했다.

가장 비싸게 팔린 암표는 지난 7월 열린 배우 변우석의 팬미팅 입장권이다. 정가는 7만7000원인데 235만원에 거래됐다. 정가 17만7000원인 임영웅 콘서트 티켓도 1장에 최대 80만원까지 팔렸다. 이밖에 △나훈아 콘서트(25만~50만원) △잔나비 콘서트(23만~26만원) △릴파 콘서트(17만~28만원) △싸이 흠뻑쇼(20만~25만원) △뮤지컬 헤드윅(9만~25만원) △황영웅 팬미팅(20만~30만원) 등의 표가 고가에 암거래됐다.

검거된 피의자 중 20대 무직 여성 A씨는 블로그와 X(옛 트위터)를 통해 티켓 구매를 의뢰받은 뒤 구매자의 아이디·비밀번호를 이용해 매크로로 뮤지컬 티켓 등 331장을 구매해 1억원을 챙겼다. 그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다른 20대 남성 B씨는 매크로로 확보한 임영웅 콘서트 티켓 등 15장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팔아 1338만원의 수익을 냈다. 20대 군인 남성도 같은 방식으로 543만원을 벌었다.

일반인은 수만에서 수십만 번대 순번 대기 후 남는 좌석을 예매해야 해 대부분 티켓 구매에 실패하지만, 이들은 매크로를 이용해 1~2분 안에 접속해 다수의 티켓을 확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단속·수사만으로는 암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주요 공연·스포츠장 관리 기관, 티켓 예매처, 스포츠계, 연예기획사 등과 합동 대응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22일부터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공연법 외에도 범죄 수법에 따라 형법상 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적용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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