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예방, 자치경찰이 앞장선다
서울자치경찰 2기 '생활밀착치안'에 주력
파출소·지구대 인사권, 자치경찰로 넘겨야
반려견순찰대 형태 시민참여형 모델 추진
전남 순천에서 가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등 이상동기범죄, 일명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일상에 위협을 느낀 시민들은 비상벨, 호출기구 등 ‘셀프치안’에 눈을 돌린다. 치안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도가 정상화되면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출범 2기를 맞은 서울자치경찰은 생활밀착치안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열린 비전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2기 서울자치경찰을 이끌고 있는 이용표 서울시자치경찰위원장은 △시민중심 자치경찰 △약자동행 자치경찰 △스마트한 자치경찰을 향후 3년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자치경찰 1기는 국가경찰과 업무가 뒤섞인 여건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처음 실시한 제도인 만큼 시민들에게 자치경찰제도를 알리는데 주력했고 지난해 조사 결과 ‘서울시민의 79.7%가 자치경찰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할 만큼 홍보 효과를 거뒀다.
전문가들은 1기 서울자치경찰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생활치안에 시민이 참여하는 계기를 만든 점이라고 평가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출발해 25개 자치구 1704개 팀까지 확대된 반려견 순찰대가 대표 사례다. 애견인들의 산책 활동을 동네 치안과 연계해 호평을 얻었다. 실제 범죄 예방 및 안전 대비 효과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생활치안에 시민 참여 '성과' =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가 안착하려면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시급한 과제는 '파출소·지구대 운영’이다. 생활범죄를 비롯한 모든 신고를 총괄하는 곳은 국가경찰이다. 신고를 받으면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생활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에는 파출소 경찰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실질적인 통솔권이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파출소와 지구대 경찰을 자치경찰이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각에 보내는 일이 원활치 않다.
부족한 권한은 자치경찰의 위상도 떨어뜨린다. 자치경찰위원장을 지낸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민 또는 정치인들로부터 ‘자율방범대장님 오셨습니까’라는 인사를 자주 들었다”면서 “인사권이 없으면 생활치안에 필수적인 지휘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치안행정과 일반행정의 협력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참고할 만한 모델은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등이 함께 운영하는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다. 응급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이 같이 출동해 현장 상황에 대응한다.
일반 공무원은 난동을 부리는 질환자나 주취자 대응에 서툴고 경찰은 의학·행정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공동대응을 통해 효과를 거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질환자가 더 큰 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미리 차단하고 주변 시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까지 예방하는 등 합동대응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자치경찰은 제도적 한계를 시민 참여로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도개선을 마냥 기다릴 수없는 만큼 생활치안 강화에 시민과 함께 나서는 것이 지역안전은 물론 자치경찰제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치안 전문가는 “최근 크게 증가한 청년층 중심의 각종 모임과 함께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밤낮 구분없이 서울 곳곳에서 활동하는 청년 모임들과 손잡고 치안 사각지대를 살핀다면 반려견 순찰대에 이은 새로운 시민참여형 생활치안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