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경력단절, 거뜬히 극복했어요”

2024-11-14 13:00:05 게재

서울시 여성재취업 ‘우먼업 프로젝트’

경력단절여성에 특화된 과정 ‘호평’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은 일반 여성 취업과는 준비과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경력이 끊어진게 아니라 그 기간 만큼 다른 형태의 경력을 쌓았다는 의미에서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보유여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서울시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사업 ‘우먼업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우먼업프로젝트는 세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만 30~49세 서울거주 여성에게 월 30만원씩 3개월간 최대 90만원을 지급하는 구직지원금, 기업과 연결된 참여자에게 3개월간 월 239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인턴십, 인턴을 마친 참가자를 정규직 또는 1년 이상 계약직으로 채용한 기업에 300만원을 지급하는 고용장려금 등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기를 시작한 우먼업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구직지원금 5212명, 인턴십 204명, 고용장려금 지급 46명 등 모두 5462명의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도전을 지원했다.

지난해 구직지원금을 받은 참가자 2614명 가운데 1018명이 취·창업에 성공했다(2024년 3월 기준). 모두 189개 회사와 협약을 맺고 시작한 올해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242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104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서울시 여성재취업 지원사업인 ‘우먼업 프로젝트’가 높은 취업 성공률, 경력단절여성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열린 우먼업페어 행사에서 우먼업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경력단절 후 재취업, 저출생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구직자 실정에 맞는 기업 연결 = 약 10년 동안 경력이 단절된 이수경(42)씨는 프리랜서나 알바가 아닌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찾던 중 우먼업과 만났다.

이씨 등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자신감이다. 나에게 맞는, 나를 원하는 회사가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근무조건에 대해 위축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먼업프로젝트는 참여 기업 선정에 있어 이 같은 경단녀들의 처지를 감안할 수 있는 회사를 고른다. 회사가 한차례 걸러지다보니 상대적으로 편견이 적고 경력단절여성들에 개방적인 기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17년의 경력 공백을 딛고 우먼업프로젝트를 통해 새 직장을 만난 김성희(45)씨는 일반 상식과 달리 육아 경험을 재취업의 무기로 삼았다. 김씨는 특히 구직 활동 기간 아이 돌봄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취업 이후에도 아이들과 최소한의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하루 6~7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곳을 원했고 인턴십을 통해 유연근무와 탄력근무를 실시 중인 회사를 만날 수 있었다.

우먼업을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꼽는 특별한 강점은 프로젝트 담당자들의 태도다.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취업 이후 겪는 곤란한 일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섬세한 교육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우먼업을 통해 새 일자리를 얻은 김씨는 “경력을 새로 이으려는 여성들은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연대감을 북돋워 주고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 재취업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 덕분에 우먼업프로젝트는 참여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자 1511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3점(10점 척도)으로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험난한 재취업 성공 뒤엔 ‘아이돌봄서비스’ = 서울시는 우먼업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여성일자리 관련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자리 부릉부릉’은 찾아가는 취업상담을 통해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난해와 올해 2년간 6497명, 367개사가 참여한 ‘서울우먼업페어’는 경력단절여성과 기업들을 연결하는 대규모 취업박람회로 눈길을 끌었다. 행사 참여자 중 692명이 우먼업페어를 통해 새 직장과 연결됐다.

여성들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또다른 어려움은 돌봄공백이다. 이를 돕기 위해 서울시는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등 양육공백이 발생하기 쉬운 가정에 아이돌봄비를 지급하거나 민간 아이돌봄서비스를 연계해준다.

영아전담 돌보미, 등하원 돌보미, 병원동행 돌봄 등 양육의 틈새를 채워주는 서비스에도 신청자가 몰린다. 주말과 야간까지 운영하는 365어린이집, 갓 태어난 아이까지 돌봐주는 0세 아동전담반은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구직 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서현선 한양대 교수는 “서울시 우먼업 프로젝트는 여성재취업의 특성과 구조적 어려움을 잘 아는 여성 당사자들이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일자리 사업들과 차별성이 있다”며 “파트타임, 프리랜서, 재택근무 등 다양한 취업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