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로 내일기분 미리 안다

2024-11-25 13:00:12 게재

수면·생체리듬 기반

우울증 80% 예측

국내 연구진이 일기예보처럼 내일의 기분을 간단히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김재경 연구책임자(CI,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헌정 고려대 의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오늘의 수면 패턴을 기반으로 내일의 ‘기분 삽화’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기분 삽화는 증상이 뚜렷한 시기로 전반적인 정신 및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기간을 말한다. 우울증과 조증이 이에 해당한다.

기분 장애는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시차, 계절에 따른 일출 시간 변화는 기분 장애 환자들의 기분 삽화 재발을 유도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그간 수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다수 이뤄졌다. 하지만 기존 방법은 수면 패턴뿐만 아니라 걸음수 심박수 전화사용 여부 GPS를 활용한 이동성 등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해 수집 비용이 높고, 일상활용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만으로 기분 삽화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 수면-각성 패턴 데이터는 잠을 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각성 시간)이 기록된 데이터를 말한다.

연구진은 168명의 기분 장애 환자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기록한 평균 429일간의 수면-각성 데이터를 수집했다. 참여자들은 우울증 과 조울증 환자로 대부분 약물치료도 병행 중인 상태였다. 이렇게 수집한 빅데이터에서 연구진은 36개의 수면-각성 패턴과 생체리듬에 관련된 지표를 추출했고 이 지표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알고리즘은 당일 수면패턴을 토대로 다음날의 우울증 조증 경조증 정도를 각각 80% 98% 95%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생체리듬 일일 변화가 기분 삽화 예측의 핵심 지표임을 발견했다. 생체리듬이 늦춰질수록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고, 반대로 과도하게 앞당겨지면 조증 삽화의 위험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오후 11시에 취침하고 오전 7시에 기상하는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면 우울 삽화의 위험이 증가하는 식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방법론은 기분 장애 환자의 치료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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