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외면받는 경증환자들
치료적기 놓쳐 중증될 수도
안과 정신과 외과환자 많아
서울시가 경증환자를 위한 긴급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이들이 의료대란 사태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은 응급환자를 제때 받지 않아 사망으로 몰고간 병원들에 복지부가 내린 시정명령과 보조금 중단 요청을 받아 들였다. 병원들은 정부 조치가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문제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 속에서 경증환자들이 더 외면받고 있다는 점이다. 진료제한으로 긴급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증환자 수가 하루 평균 12건에서 23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요청은 의료대란 속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책 성격이 있다고 해석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경증환자를 방치하면 이들이 중증환자가 돼서 의료대란이 더 심화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를 섞어 놓으면 중증환자가 적기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며 “경증·중증환자를 분리해 치료 및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긴급치료센터 치료 대상을 경증응급환자로 제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야간과 휴일에 긴급 진료가 필요하지만 경증이라는 이유로 응급실 이용이 어려웠던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 마련했다.
시에 따르면 최근 경증환자들은 야간과 휴일에 응급실 이용에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본인부담금이 높아져 의료비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긴급치료센터에는 의사가 상주하며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치료에 필요한 검사시설과 장비가 구비돼 있으며 최근 응급실 방문이 많았던 경증환자질환인 외상, 급성기 질환(복통 기침 고열 구토 등) 등을 중심으로 진료한다.
질환별 전담병원에는 365일 24시간 의사가 상주한다. 외상 응급환자 진료와 응급수술을 위한 장비를 갖췄고 내원환자나 119구급대 이송환자도 진료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간이나 주말에 갑자기 몸이 안 좋을 때 찾을 수 있는 긴급치료센터를 두곳을 마련했고 앞으로 두곳을 더 만들어 권역별로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긴급치료센터 효과를 살펴보면서 개수를 늘려 나갈지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