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 만으로 상표 등록 안돼”

2024-11-25 13:00:28 게재

성경식품 “한반도 상표 오랜 기간 동안 사용” 주장

대법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돼 … 식별력 없어”

식품회사가 한반도 지도 모양의 상표를 등록 신청하고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별도 문구 없이 대한민국 지도만 그려진 상표는 식별력이 없어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김 포장지에 한반도 지도를 사용한 성경식품이 ‘상표 등록을 불허한 특허심판원 심결을 취소해 달라’며 특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성경식품은 조미김을 제조하는 회사로, 한반도 지도 모양을 상표로 하는 ‘지도표 성경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경식품은 아무런 문구 없이 한반도 지도를 선으로 표현한 모습의 상표를 등록 신청했으나, 특허청 심사관은 2020년 8월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일반적인 지리적 정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어려워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거절 결정했다.

상표법은 지리적 명칭이나 지도 만으로 된 상표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다만, 상표 출원 전 수요자가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상표를 식별할 수 있는 경우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고 했다.

성경식품은 이에 불복해 1심인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2심인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성경식품 측은 재판에서 “단순한 한반도 지도가 아닌 지도를 모티브로 한 도형상표”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 모양 상표를 담은 제품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갖췄다고 했다.

하지만 특허법원도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이 사건 출원상표는 상품 출처표시로서 식별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한 “원고가 1994년경부터 조미김 등 가공된 김을 생산·판매하면서 이 사건 출원상표도 함께 표시된 표장을 사용해왔고,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정도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실사용상표들은 모두 도형부분 외에 적어도 1개 이상의 문자 부분이 결합한 표장으로서 도형만으로 구성된 이 사건 출원상표와 동일한 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의 외곽선을 단순화하고 색을 변경했으나 이는 일반적인 지도 표현 방식의 변형으로 보인다”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지도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식품은 1994년부터 25년 이상 조미김 등을 판매하며 한반도 지도 모양 도형을 포함한 다양한 상표를 사용해 왔지만 해당 상표를 단독으로 사용한 실적은 찾아볼 수 없다”며 “상표들은 대부분 한반도 지도 형상 외에 ‘지도표’, ‘성경’ 등 문자가 결합된 형태였으며 이는 출원한 한반도 지도 형상 상표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성경식품이 출원한 상표는 한반도 지도 형상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특정 상품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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