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기전망 33개월 연속 부진
12월 경기실사지수 97.3 … 내수·수출·투자 모두 악화
국내 대기업들이 예상하는 경기전망이 33개월 연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33개월은 역대 최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가 97.3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전망이 부정적인 것을 나타낸다. 12월 BSI 전망치는 11월 대비 5.5포인트 상승했지만, 2022년 4월부터 3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경기심리가 33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197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장기간인 2018년 6월~2021년 2월(33개월)과 같은 기록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89.9, 비제조업이 105.1로 희비가 교차했다. 우선 제조업 BSI는 89.9를 기록하며 올해 7월(88.5) 이후 5개월 만에 90선을 밑돌았다. 한경협은 “내수 침체 장기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5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기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비제조업 BSI는 전월대비 12.6포인트 상승한 105.1로 지난 7월 이후 5개월만에 긍정 전환에 성공했다. 한경협은 “연말 특수와 난방 수요 증가로 인한 업계 기대감이 전망치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사 부문별 BSI는 내수 98.4, 자금 사정 97.5, 수출 97.3, 채산성 95.9, 고용 94.3, 투자 89.9, 재고 104.6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특히 투자 BSI는 2023년 4월(88.6) 이후 2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을 의미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현재 우리 기업들은 경영실적 악화로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