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통화정책 탈동조화 전망

2024-11-26 13:00:05 게재

유로존, 물가보다 경제성장 초점

내년말 2.15% vs 3.375% 전망

내년 미국 통화정책이 유럽의 경로와 급격히 갈라질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 인플레이션 전망이 엇갈리면서다.

2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내년 말 기준금리 인하폭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은 경제성장 둔화와 기대에 못 미치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상태다.

금융시장 움직임은 ECB가 내년 말 1.5%p 이상 금리를 낮출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르면 현행 3.25%인 금리가 이르면 내년 6월 2%로 인하되고, 내년 말엔 그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국가별 경제전망을 종합, 분석하는 ‘컨센서스 이코노믹스’가 조사한 주요 경제학자들 전망에 따르면, 내년 12월 유로존 기준금리 예상 중앙값은 2.15%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현행 4.50~4.75%에서 내년 말 0.7%p 인하에 그친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중앙값은 3.375%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또 미국 인플레이션이 내년 내내 목표치 2%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내년 2월쯤 2% 목표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금융분석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니퍼 매커운은 “연준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고조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반면, ECB는 경제성장 둔화 조짐에 보다 강력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CB는 향후 트럼프발 무역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은 미국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여 기간 전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이 함께 움직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동시다발적인 물가급등 상황을 겪으면서다. 올해 들어 일제히 통화완화 정책을 구사했던 연준과 ECB, 영국중앙은행, 기타 서구 중앙은행들은 내년엔 각기 다른 경로를 밟을 수 있다.

기준금리 예상도를 밀접히 따르는 미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 3.6%에서 지난주 말 4.4%로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리가 주된 변수인 환율시장 움직임도 바뀌었다. 올해 여름 이후 약세였던 달러 가치는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주요국 통화 대비 극적으로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발 관세와 세금정책의 파괴력을 의식하면서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2년래 최저치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 이후 가장 큰 매도세를 보였다. ECB가 경제지표 악화를 근거로 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하한다면 유로화는 더욱 맥을 못출 전망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새뮤얼 툼스는 “미국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만약 트럼프가 선거공약을 신속히 추진한다면, 연준이 통화완화정책을 조기에 종료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로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인 톰 바킨은 지난주 FT에 “경제성장을 억제하지 않는, 보다 중립적인 금리로의 복귀는 아주 서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현재 예상한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2.7%일 것으로. 지난해 10월 1%가 채 안될 것으로 전망했던 것에서 크게 상승했다. 내년의 경우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3월 1.6% 예상했던 것에서 1.9%로 올려잡았다.

이같은 흐름은 유로존과는 반대다. 유럽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올해 0.7%로 하락했다. 내년엔 1.1%로 하락했다. 올 여름 경제학자들은 내년 성장률을 1.4%로 전망한 바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매커운은 “일부 기업심리 조사는 유로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유로존의 상황은 미국 경제의 높은 회복탄력성과 정반대”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노무라는 “ECB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집중돼 있다”며 “궁극적으로 ECB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중립금리 수준 이하로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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