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경제…식어가는 소비자심리
향후 경기전망 2년4개월 만에 큰 폭 하락
최상목 “체감경기는 지표와 괴리될 수도”
한은, 소비자동향조사…“집값 떨어질 것”
소비자 체감경기가 갈수록 식고 있다. 앞으로 경기가 안좋아질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소비지출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금융불안정 주범으로 꼽히는 주택가격전망은 큰폭으로 떨어졌다. 정부도 수치화된 지표경기보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경기전망지수는 74포인트로 10월(81)에 비해 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지난해 11월(72)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 폭은 2022년 7월(-19) 이후 가장 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조사기간 미국 대선결과가 나왔다”며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둔화하고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생활형편(+1) △생활형편전망(-2) △가계수입전망(+1) △소비지출전망(0) △현재경기판단(-3) △향후경기전망(-7) 등 6개 지수를 종합해 산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달(101.7)보다 1.0포인트 낮았지만 장기평균(2003~2023년)인 100을 웃돌았다. CCSI가 100을 웃돌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답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지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소비지출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소비지출전망지수(109) 자체는 지난달과 같았지만, 세부항목에서는 내구재(-1)와 의류비(-1), 교육비(-1) 등 대부분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취업기회(-4)와 임금수준(-1)에 대한 전망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정부도 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수치보다 더 안좋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체감경기는 지표와 괴리될 수 있다”며 “숫자나 통계에 매몰돼 민생현장을 이해하는 데 소홀한 건 아닌지 다시 점검해 달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그동안 보였던 수출 호조와 함께 내수도 회복 기조라는 경기인식을 수정하고, 추경예산 편성 가능성이 나오는 등 정책기조를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이번 한은 조사결과, 향후 1년 정도 이후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번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10월(116)보다 7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9월(119)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오른 이후 두달 연속 둔화되는 흐름이다. 황 팀장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아파트 매매가 감소하면서 매매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8%로 전달과 같았다.
백만호·성홍식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