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은행권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 집중” 질타

2024-11-28 13:00:12 게재

“고객보호·내부통제 기능 약화” …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경영관리상 취약점 지적 … 지주회장에 대한 적극 ‘감시·견제’ 당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은행의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문화를 질타했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한 이사회 본연의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금감원은 28일 이 원장 주재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2024년 정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올해 감독·검사 과정에서 파악한 은행지주의 경영상 취약점을 지적하고 내년 은행지주가 당면한 현안과 관련한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고객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등 측면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보다는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데 집중해 온 측면이 있다”며 “이로 인해 고객보호,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대외적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은행지주의 경영상 취약점과 내년도 당면 현안을 언급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 입장하는 이 원장(앞)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점포·인력축소, 내부통제 기능 약화 = 금감원이 지적한 손쉬운 방법의 단기성과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부동산과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여신운용, 점포·인력축소 등을 통한 비용절감 등이다. 국내 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잔고는 2021년말 33조4000억원, 2022년말 38조5000억원, 지난해말 33조8000억원 가량된다. 가계대출 중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은 2021년말 69.1%에서 올해 9월말 75.2%로 증가했다. 기업대출 중 부동산업종 비중은 2021년말 17.7%에서 올해 9월말 18.1%로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보증 비중은 2021년말 78.5%에서 올해 9월말 80.7%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특히 점포·인력 축소의 영향으로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된 사례를 공개했다. A은행은 점포·인력 축소에 따른 업무범위 확대 등으로 고객 섭외, 심사·승인, 감정평가, 용도외 유용 점검 등 대부분의 여신 프로세스를 사고자 본인이 직접 처리하고, 결재자는 여신서류 및 여신취급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했다.

금감원은 “B은행의 경우 계약직 직원이 전체 영업점 자점감사(업무 처리를 규정·지침에 맞게 했는지 자체 점검)를 담당하고 있어, 점검이 미흡하더라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인력구조 하에서 실효성 있는 점검 기능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해외진출 과정에 이사회 감독기능 미흡 = 이 원장은 “해외진출, 자회사 인수 등 은행지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경우, 회사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진 권한집중 및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관행이 공고화될 소지가 있다”며 이사회 기능의 강화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C은행의 경우 해외진출 대상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시 ‘실무부서 - 리스크관리위원회 – 이사회’로 이어지는 리스크 분석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서 차원에서 리스크 분석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회에 유동성 지원을 먼저 보고한 후 리스크위원회에서 국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20년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확대를 위해 2억달러를 송금하기로 한 사실이 확인돼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이사회에 미리 보고를 했지만 결의 없이 송금을 한 것이다.

이 원장은 “작년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온정적 조직문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원장은 “아직도 금융회사 내에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로 인해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금융사고 보고를 지연·은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내부고발 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 귀책 직원에 대한 엄정한 양정기준 적용 등 준법·신상필벌 강조의 조직문화가 확립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큰 관심을 기울여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년 자회사 위험관리·내부통제 강조 =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내년도 그룹 경영계획 심의시 자회사들의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조달·운용, 자본관리 계획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달라”며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자회사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리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자금공급 여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 등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에도 만전을 기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채무구조도 시행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회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명확히 하는 제도다. 이 원장은 “책무구조도 시행으로 지주회장이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로서 자회사 내부통제의 작동 여부까지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현재 진행 중인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가 관련해 투명·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과 은행지주가 상생금융·사회공헌을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선주 KB금융지주 의장,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의장, 이정원 하나금융지주 의장, 정찬형 우리금융지주 의장, 이종백 NH농협금융지주 의장, 최경수 BNK금융지주 의장 최용호 DGB금융지주 의장, 유관우 JB금융지주 의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배구조 최정점으로서 이사회가 은행지주의 건전하고 올바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감시·견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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