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기업에겐 반도체 관세 감면 필요”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에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매기더라도 미국에 투자한 기업에게는 감면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28일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니케이아시아(Nikkei Asia)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칩워(Chip War)’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이 대담에서다.
여 전 본부장은 “반도체 분야의 보조금·세제 감면, 관세, 수출통제가 세계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좌우하는 트럼프 2기의 3대 정책이 될 것”이라며 “보조금의 경우 민주당 정부가 지속되었으면 제2의 칩스액트도 가능했겠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공언했듯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십여년을 보고 수십조 단위의 투자를 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만 보고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 전 본부장은 “미국내에서의 높은 비용 구조, 반도체 전문 인력의 양성 필요성 등 고려할 때 다양한 지원이 있어야 외국인 투자가 미국에서 성공할 것”이라며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더라도 미국내 투자한 경우에는 감면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밀러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존속 및 보조금 폐지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 산업정책 저변에는 십여년에 걸쳐 민주·공화 양당, 관료, 산업계에서 서서히 형성되어 온 공감대가 바탕이 되었다”면서 “때문에 다소 조정이 있을 지언정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중 수출통제도 트럼프 1기 정부때 시작된 것으로 인공지능(AI) 및 장비 분야로의 확대 등으로 디커플링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측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내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비벡 라마스와미는 2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의 폴리티코 인터뷰를 거론하고서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은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마스와미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 예정이다.
앞서 러몬도 장관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기 전 기업에 약속한 반도체법 지원금을 최대한 지급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공장 등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데 상무부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아직 보조금을 못받았다.
반도체법에 의거해 삼성전자는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정부 대출 최대 5억달러, 최대 25%의 세액 공제 혜택 등을 받는 것이 결정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