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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갈등…테스형, 요즘 애들 정말 버릇없나요?

2024-11-29 13:00:08 게재

MZ세대와 꼰대의 충돌. 조선의 화가 김홍도가 타임머신 타고 날아와 후손들이 사는 모습을 본다면 열두폭 병풍에 그려넣을 풍속도 소재로 맞춤일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일터나 가정에서 자주 겪는 게 세대차이 세대갈등이다. 한국리서치의 ‘2024 세대인식조사’ 결과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3%에 달했다.

세대차이나 세대갈등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요즘 애들’ 얘기다. “요즘 젊은 것들은…” 하며 혀를 차는 것은 21세기 한국의 꼰대 부장님만이 아니라, 고대 이집트 그리고 소크라테스 때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언론 매체에 공식 게재된 기사나 칼럼만도 무수히 나온다, 그중 몇 가지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내 최고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에 실린 기사 첫 대목.

(제목)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요즘 애들 버릇 없어”… 원인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쓰여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그만큼 세대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있었다.”

기자의 글만이 아니라 저명인사들의 칼럼에서도 유사한 문구가 곧잘 인용된다. 지난 7월 한 일간지에 실린 전 국립대 총장의 칼럼은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

(제목) ‘요즘 애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기성세대가 보기에 아주 오래 전부터 ‘요즘 애들’은 게으르고 자기중심적이며, 늘 어딘가 부족했다. 기원전 1700년 무렵 수메르 점토판에도, 고대 그리스 시대의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의 나약함과 버릇없음을 한탄했다.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탄식은 수천년을 이어온 ‘불변의 현상’이다.”

신문만이 아니다. 학자나 종교인 등이 쓴 책에도 유사한 문구가 전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5000년 전 고대 이집트 로제타석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요즘 애들 문제’는 기성세대 관점일 뿐

이런 얘기들이 정말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일종의 가짜뉴스, 낭설인데 모두 그럴 듯한 진실처럼 포장돼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유명 인사의 어록 등 세간에 회자되는 인용구(quotes)의 진위를 추적하는 국제적인 팩트체크 단체에서 추적조사한 결과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런 말을 했다는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로제타스톤이나 피라미드, 수메르 점토판, 함무라비 법전 그 어디에도 그런 언급을 하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의 문헌정보를 꿰뚫고 있는 인공지능(AI)에게 물어보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소크라테스 인용문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대한 GPT의 답변 중 일부다.

“소크라테스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는 흔히 언급되지만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이러한 말을 했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젊은 세대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들의 교육과 도덕적 성장에 관심을 가진 철학자로 묘사됩니다. 이와 같은 인용문은 현대에 만들어졌거나, 후대에서 창작된 문구가 소크라테스에게 잘못 귀속된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다. 피라미드에 대한 GPT의 답변도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피라미드 내벽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는 이야기는 널리 퍼진 도시 전설 또는 신화적 주장 중 하나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또는 고고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피라미드 내벽의 상형문자에는 주로 종교적 기도문, 왕의 업적, 장례 의식과 관련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 대한 비판과 같은 내용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함무라비 법전, 로제타스톤, 수메르 점토판의 경우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와 같은 문구는 적혀 있지 않다는 게 GPT의 단호한 답변이다.

이와 같이 널리 퍼진 도시 전설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 세대차이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관련해 중요한 결론이 하나 도출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문제”라는 것은 현재 일부 기성세대의 관점일 뿐이다. 피라미드와 소크라테스를 소환해가며 “원래 옛날부터 그랬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려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MZ세대 특성은 세대차이 아닌 시대차이

사실 MZ세대는 일터나 가정에서 그들의 상사 혹은 부모가 되는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인사혁신처가 제작-보급한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 다음과 같이 정리돼 있다.(LG경제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의 관련 보고서 참조)

1. 행복과 성공의 기준이 ‘나’에게 있다.(돈, 명예 등 사회적 기준을 따르던 기성세대와 달리, 제각기 다양한 가치 추구)

2. 집단의식이 약하다.(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기성세대와 달리 야근, 잦은 회식 등에 대해 부정적)

3. 불안감이 높다.(평생 직장 개념 사라져, 롱런보다는 개인적 진로, 경력관리 중시)

4. 일의 가치와 의미가 중요하다.(금전적 보상보다 의미있는 일을 선호. 단순반복적이거나 가치없는 일은 피하려고 해 조직내 갈등요소로 작용할 수도)

5.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SNS처럼 즉각적인 피드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며 일방적인 지시에 거부감)

이렇게 MZ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유별나서가 아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개발도상국 시절에 독재체제 하에서 성장기의 상당 부분을 보낸 반면 MZ세대는 이미 민주화되고 선진화된 나라에서 자랐다.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되고 개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그들에겐 당연한 권리요 원칙이다.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아무런 보장도 안전망도 없는 도시 정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조직의 미래보다 당장 자신의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요컨대 산업화-민주화 시대 고도성장기를 살아온 50~60대 관리자·부모들과 선진민주국가의 시민으로 무한경쟁시대를 사는 20~30대 직원·자녀들이 함께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만큼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 주된 원인은 세대가 달라서가 아니라 시대가 달라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대차이 < 개인차이 < 입장차이

세대차이를 논할 때 유의해야 할 사회학 법칙이 있다. 어떤 그룹 간 차이보다 큰 게 개인 간 차이라는 것이다. 인종 성별 연령 지역 직업 학력 등 사람을 나누고 그룹으로 묶는 범주는 다양하다. 그런 그룹별 특징도 있고 그룹 간 차이점도 있지만 같은 그룹에 속한 개인 간 차이가 그보다 더 큰 게 사실이다. 한 예로 나이는 베이비부머 세대인데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Z세대 청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을 대할 때 그가 속한 집단의 특질로 섣불리 재단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끝으로, 개인 차이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입장 차이다. 개인의 품성이나 태도보다 그 사람의 행동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그 사람이 앉은 자리, 서 있는 입장, 처한 상황이다. 지금의 관리자도 과거 팀원일 때는 야근·특근을 기피했던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직원의 눈에 보이는 것과 관리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인간세상의 법칙을 잘 묘사한 것이 몇년 전 화제가 됐던 드라마 ‘송곳’의 명대사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 원장

갈등해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