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특검법 재의결 앞두고 탄핵·상설특검 등 강경카드
내달 10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전 여권 압박공세
대통령 부부 고발도 … 특검·국조·장외 여론전 병행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 부부 고발·감사원장 탄핵·상설특검 등 강경 카드를 잇따라 꺼내고 있다.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바꾼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 시켰다. 내달 10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정점으로 특검과 국정조사, 장외집회 등 연말 대대적인 대여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상설특검을 임명할 때 여당의 후보 추천권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총 7명으로 이뤄지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 구성에서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대상이 아닌 만큼 즉각 시행된다. 수사 인력과 기간이 짧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강제조항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한 비판을 키우고,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하는 효과는 충분하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난맥과 관련한 의혹을 조목조목 살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기회”라며 “상설특검의 수사 대상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에는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을 담았다.
민주당은 상설특검과 다음달 10일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 특검법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법이 또다시 불발되면 수사 대상에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의혹 등을 추가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다시 꺼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다음달 5일까지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의혹을 쪼개 단계적인 법적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또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 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양곡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가 있었으나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의 강공을 막지 못했다. 예산관련 국회법 개정은 예결위에서 내년 예산안을 놓고 여야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카드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대통령실·검찰·경찰·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을 대폭 삭감했고, 지역사랑상품권·고교 무상교육 지원 등을 증액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종면 대변인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감액 규모는 대략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역대 최대규모”라며 “그 만큼을 민생 예산으로 증액하는 논의를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감액만 이뤄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검찰과 감사원 등에 대한 탄핵카드도 꺼냈다. 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해 12월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 2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안도 보고될 예정이다. 탄핵안은 발의 뒤 첫 본회의에서 보고가 이뤄지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4일 본회의에서 감사원장 등의 탄핵소추안이 처리될 공산이 큰데, 야당은 이날 채 상병 국정조사 계획서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국정조사·탄핵 등 정권 권력기관을 겨냥한 압박카드를 동시에 쏟아내는 상황이다. 당 게시판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여당 의원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회의에서 “집권여당이 민생 돌보기는 커녕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다”면서 “용산과 친윤계는 한동훈 대표 체제를 용인하지 않고 무너뜨리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동훈 대표는)김건희 특검으로 목줄을 풀고 탈출할지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