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외국인관광객 300만 ‘부풀리기’ 의혹
다른 지자체들과 통계 달라
문체부 기준으로 259만명
부산시가 외국인 관광객 수를 타 지자체와 다른 방식으로 합산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0만명 시대를 선언하기 위해 통계를 유리하게 활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4일 “올해 10월 말까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총 301만9164명”이라며 “역대 최초로 3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부산시 발표대로라면 올해 300만명 이상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곳은 서울을 제외하고 부산이 유일하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 역사상 한 획을 그을만한 아주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293만명을 달성하자 연초부터 선두에 서서 300만명 돌파를 목표로 시와 산하기관, 구·군을 독려했고 이를 조기 달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부산만의 독특한 집계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집계방식을 살펴보면 시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김해공항 128만5153명과 항구 43만5386명, 타지를 경유해 들어오는 인원 129만8625명 수를 합산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인천, 경기, 제주의 집계방식과 다르다.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공항과 선박을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 수를 집계하는 제주를 제외하고 서울, 인천, 경기는 모두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데이터로 외래관광객 수를 계산한다.
문체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해 전국의 공항과 항만을 출·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경유지 표본조사를 실시해 외래관광객조사보고서를 만든다. 분기별로 잠정 보고서도 만든다. 매월 1333명씩 연간 1만6000명이 표본이다. 지역별 표본조사는 95% 신뢰수준에 ±0.77%p의 표본 오차다.
이를 토대로 각 지자체별 방문비율이 주어지는데 지난 3분기 기준 서울(77.3%), 부산(16.4%), 경기(11.3%), 제주(10.5%), 인천(6.5%) 순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77.3%는 서울을 방문하고, 부산은 16.4%가 방문한다는 의미다.
이를 적용하면 지난 10월 말까지 한국을 방문한 총 외국인 관광객 1582만명은 서울 1223만명, 부산 259만명, 경기 178만명, 제주 166만명, 인천 102만명 순으로 방문했다는 수치가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은 전수조사가 불가능한데다 추적도 어렵다는 점에서 문체부 표본조사 결과를 활용해 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은 이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았다. 문체부 방문비율을 근거로 계산하면 10월까지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259만명으로 아직 300만명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시가 계산하는 방식은 다른 문제도 있다. 김해공항(128만명)과 부산항(43만명)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은 모두 부산 방문으로 계산한다. 공항만 이용해 경남이나 울산으로 바로 가는 수요는 빼지 않는다. 항만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시가 통계치를 부풀려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반선호 시의원은 “부산만의 기준으로 발표하는 것은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300만명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위해 수치가 왜곡되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빅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타지 경유 관광객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조사한 결과”라며 “문체부 표본조사 가중치와 차이가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도시를 비교하는 기준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300만명 돌파를 계기로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만명 유치와 외국인 관광 지출액 연간 1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