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AI 열풍의 뒷면도 봐야 한다

2025-12-05 13:00:03 게재

인공지능(AI)이 연일 장밋빛 세상을 약속한다. 이미 생성형 챗봇, 자율주행, 맞춤형 알고리즘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언론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깝다. 하지만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필연적으로 흔적이 남는다. 대표적인 예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AI의 물리적 토대다. 24시간 내내 연산과 저장, 분석을 수행하며 AI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반을 제공한다. 문제는 그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12월 초 블룸버그NEF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2035년까지 현재 대비 약 2.7배, 즉 30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현재 약 40기가와트(GW)를 소비하던 전력은 10년 후에는 106G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체 원자로 90기 이상이 추가로 필요한 규모다.

더군다나 차세대 데이터센터는 규모부터 다르다. 과거에는 50MW를 넘는 센터가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앞으로는 평균이 100MW를 훌쩍 넘고, 일부는 500MW, 심지어 1GW 이상까지 계획되고 있다.

물 사용량도 폭증하고 있다. 미국 환경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대형 데이터센터는 하루 최대 23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할 수 있다.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에는 심각한 부담이다. 실제로 멕시코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로 인해 병원이나 가정이 전력과 물 공급을 차단당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런 부작용이 전세계적으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역 공동체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했다.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실제로 데이터센터 관련 개발 프로젝트 중 640억달러 규모가 지난 1년 사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서도 관련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조용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언론은 기술기업 발표를 별다른 비판없이 받아 쓴다. 이 과정에 중요한 질문이 사라졌다. 누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가? 물은 어디서 오는가? 환경과 지역 공동체는 어떤 영향을 받는가?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기술 발전이 새로운 불평등과 위협을 초래한다는 경고다.

미국 기술철학자 랭던 위너는 “기술은 사회를 구성하는 방식이며 기술 선택은 곧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술을 어디에 어떤 조건으로 도입할 것인가는 결코 가치중립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의미다. 무제한의 연산 능력을 추구하는 선택은 에너지 물 토지 지역사회라는 현실 자원을 전제로 한다. 광풍의 이면에 존재하는 조용한 희생이다. 이것이 우리가 AI의 어두운 뒷면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정재철 국제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