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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 ‘책임 있는 적극재정’에 성공하려면

2025-12-05 13:00:01 게재

재정문제는 통화가치에도 큰 영향을 주며, 국가신용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최근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되면서 엔화가 가파르게 약세를 보인 일본이지만 사실 다카이치내각은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표방하고 있으며 재정적자를 무제한 허용하는 입장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는 개념은 2025년 10월 24일에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한 시정연설에서 공식적으로 제시됐다. 그 후 11월 21일에 약 21조3000억엔 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이 각의에서 결정되어, 11월 28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일반회계 세출 총액 18조3034억엔의 추경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성장률이 저조할 경우 재정 악화 우려

‘책임 있는 적극재정’ 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한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성장과 재정건전성의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고물가·저성장 상황에서 생활안정과 성장잠재력의 확충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물가·임금의 변화를 반영한 예산, 중장기적 지출 프레임, 근거 기반 정책평가(EBPM : Evidence-Based Policy Making)를 고려한 재정 규율도 중시되고 있다.

다만 일본정부는 이번 대책에 필요한 재원의 대부분을 국채 발행에 의존해 시장 신뢰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을 낮추고 성장률 범위 내에서 채무의 증가를 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성장률이 저조할 경우 재정이 악화될 수도 있다. 재정확대를 통해 향후 얼마나 추가적인 경제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가 초점이 된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스의 예측(2025.11.25.)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 의한 경제성장 부양 효과는 인력 부족 등의 공급 제약이나 수입 증가에 의한 수요 유출 효과 등도 고려하면 2025~2026년도에 걸쳐 실질국내총생산(GDP)을 0.6% 정도 끌어올리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정부 재정의 역할로서는 첫째 인프라정비 교육 치안 산업부흥 등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 둘째 소득양극화 등으로 인한 서민층 소비여력 감소를 막기 위한 소득재분배, 셋째 시장 메커니즘에 따른 경기변동의 진폭 완화 등의 경기안정화 정책 등이 있다.

이들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는 데 주력하면서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측면에서 금융시장과의 의사소통도 중요하며 정부가 재정의 건전성 유지 및 강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주력하고 있다는 자세에 대한 신뢰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다카이치 내각의 재정확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일본 재정적자 문제에 비관적인 자세를 보여 엔저 압력이 과열된 측면도 있다. 기초적 재정수지는 국채발행 등을 제외한 재정 수입에서 과거 채무의 원리금 상환을 제외한 지출을 뺀 재정수지이며 정책적 세출을 통상적 세입에서 충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재정수지의 흑자화는 일본의 역대 정권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목표이지만 내각부는 원래 2026년도에 3조6000억엔 정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각 회계연도마다 기초적 재정수지의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재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난 11월 7일에는 이 목표를 수정하겠다고 발언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정부 부채 GDP 대비 230%에 달해

일본정부의 총부채 대비 명목GDP 비율은 최근 개선되고는 있으나 2025년 기준으로 아직 230% 정도에 달해, 120%를 초과한 미국은 물론 50% 정도인 한국에 비해 적자 문제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개선 의지와 방침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재정문제에 관한 최근의 움직임은 인구고령화 시대에 악화되기 쉬운 국가 재정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저출생 인구고령화와 함께 의료비 지출 확대, 의료보험 재정 적자 심화도 겹쳐 현역세대의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이 가중되면서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지 못하여 고물가 생활고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정치의 우경화와 맞물려 이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심화되기 쉬우며, 정치권에서도 선심성 재정지출 확대 요구에 응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가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을 일으켜 국채금리 급등,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경제성장을 촉진해 세수를 확대시키는 성장전략이 중요하지만 인구감소 및 고령화 속에서 잠재성장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령화시대, 사회보장 사업의 효율화 과제

일본의 경우 디플레이션 시대에서 인플레이션 시대로 변화하면서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며, 이것만 믿고 재정확대를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저출생 인구고령화 시대의 어려움에 적응한 사회보장 관련 산업의 효율화, 이노베이션 촉진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고령화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는 의료 노인 돌봄 등의 관련 산업의 효율화, 비용절감 효과를 갖는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 첨단의료의 개발과 상용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데, 이를 보험재정으로 지원할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러한 첨단의료 개발에 따른 재정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첨단의료 비용을 상용화 초기부터 낮추는 기술의 개발이 과제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치료는 일본이 개발을 주도하는 첨단의료 분야인데, 이 기술의 상용화와 함께 치료약 개발 과정에서의 자동화 기술의 도입과 제조 공정의 효율화로 제조비용을 낮추려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iPS 치료의 경우 세포 전체의 균일한 품질관리가 중요하고 어려움이 존재하는데, 히타치 그룹의 히타치하이텍의 경우 세포 배양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고품질의 세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인간의 각종 장기로 변화하는 iPS 세포의 배양 과정에서 균의 혼입을 막기 위해 모든 공정을 외부와 폐쇄된 환경에서 자동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기존 의약품 원료의 혁신도 중요한 과제이며, 저비용 의약품의 원료로서 미생물 발효를 통한 식물 유래 성분 등, 제조 효율이 높고 환경부하도 적은 기술도 모색되고 있다. 신규 재료의 탐색과 성분 설계를 위해 AI를 활용한 신물질 합성 기술도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료 분야에서의 가격파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면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조기에 실현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경제산업성도 재생·세포·유전자 치료 제조 설비 투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산업적 차원에서 첨단의료의 혁신 효과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첨단 의료뿐만 아니라 각종 의료서비스의 비용 절감, 원격의료 등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도 정책 과제로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도 재정수지 악화에 대응해야

한국경제도 일본의 경우처럼 저출생 인구고령화의 어려움과 함께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다양한 요소에 대응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경제와 재정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잠재성장 능력의 확대를 지향한 재정지출의 효과성 제고와 함께 AI와 로봇 등도 활용하면서 첨단 의료를 포함한 사회보장 관련 산업의 고도화, 원가경쟁력 제고 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