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 및 효율향상이 답이다 ②
1등급 가전기기 쓰면 5등급보다 35.8% 에너지절감
전기밥솥이 전력소비량 가장 많아 … 고효율기기 사용·노후설비 개선 필요
우리나라 가정에서 전기소비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 종류와 기능이 확대되고 대용량기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가정 전기소비량의 경우 2019년 390.8kWh에서 2023년 431.6kWh로 크게 증가했다. 에어컨이 세탁기와 비슷한 정도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했고 미세먼지 등 환경이슈로 공기청정기 의료건조기 보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1인가구 증가로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수요가 많아졌고, 휴대전화 노트북 등 IT기기 사용도 증가했다.

◆9종 가전기기가 가구 전력소비의 52% = 연간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가전기기는 전기밥솥 483.2kWh으로, 가구 전체 연 전기소비량(3546kWh)의 13.6%에 이른다. 이어 냉장고 475.6kWh(13.4%) 에어컨 367.5kWh(10.4%) TV 153.5kWh(4.3%) 청소기 140.1kWh(3.9%) 순이다.
소비효율등급 기준에 따르면 5등급 가전기기를 사용할 때보다 1등급 가전기기를 사용할 경우 평균 35.8%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1등급 사용에 따른 제품별 연 전력소비 절감률은 TV 62.9%, 냉장고 47.1%, 전기밥솥·청정기 각 27.1% 에어컨 19.7%, 세탁기 1.7% 등이다.
주요 가전기기(9종)의 연 전력소비량이 가구 전체 소비량의 52.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여름철 에어컨 설정 온도를 1℃를 높이고 실내 적정온도(26℃)를 유지할 경우 에어컨 연 전력소비량의 4.7%(17.3kWh)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세탁기의 세탁가능용량 만큼 세탁물을 모아 세탁할 경우에는 용량의 절반으로 세탁할 경우보다 연 전력소비량의 43.0%(47.5kWh) 절감 가능하다.

◆아파트 공동전기요금, 단지별 3배 차이 = 아파트별 공동전기요금은 설비노후화에 따라 3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를 보면 세대 전기요금과 함께 ‘공동전기료’ 항목이 따로 있다. 관리사무소 경비초소 야외조명 복도 계단 소화전 등 공동 사용설비에서 발생하는 전기요금이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체 공동전기요금을 세대수로 나누어 세대별로 균등 부과한다. 일반적으로 공동전기요금은 단지 규모·세대수, 단지내 상업시설 유무, 커뮤니티시설 종류·개수 등에 따라 단지별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여건임에도 요금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광진구 소재 A 아파트 단지와 동대문구 소재 B 아파트 단지의 경우 세대수 및 계약전력이 유사하지만 연간 공동요금은 3배(3억원 vs 1억1000만원)가까이 차이가 났다.
가장 큰 요인은 공동설비 노후화다. A아파트(1978년 준공)는 2018년 준공된 B아파트에 비해 공용설비가 노후화됐다. 따라서 변압기 조명 승강기 등 고효율 설비로 교체한다면 공용전기요금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분당 소재 C아파트는 지하주차장 등 공용시설의 형광등을 고효율 LED로 교체해 전기 사용량을 20% 이상 절감했다. 효율낮은 노후설비를 계속 사용하면 전기요금 급증뿐만 아니라 정전, 화재사고 가능성도 높아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전제품 종류·기능 확대, 대용량 기기 사용 증가 등으로 가정부문 전력 소비량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노후설비 위험성과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차 1일 연료비 5553원, 전기차 3024원 = 한국에너지공단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1대의 일 평균 주행거리는 36.5km로, 리터당 연비 10.8km의 휘발유 차량 운행시 연료비는 5553원, 에너지소비량은 2.62 석유환산킬로그램(kgoe)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를 이용했을 경우 1인당 연료비는 451원으로 5102원이, 에너지소비량은 0.22 kgoe로 2.4 kgoe (승용차 이용시보다)각각 절감된다.
승용차(휘발유)를 친환경차인 전기차로 전환해 운행(36.5km)하면 전기차 1대당 연료비는 3024원으로 2529원, 에너지소비량은 1.9 kgoe로 0.72 kgoe, 각각 휘발유차 이용시보다 절감 가능하다.
수송부문의 에너지절약을 위해서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전기차 보급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가구별 에너지소비는 난방이 절반 차지 =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2019년 이후 우리나라 가구별 총 에너지소비량은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3년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소비량이 감소했다.
용도별로는 난방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50.3%로 절반 이상 차지하고, 이어 가전·조명 23.6%, 온수 15.6%, 취사 7.3% 순이다.
냉방의 경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전체 에너지 소비의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과 온수사용 줄이기가 가정별 에너지 절약의 핵심인 셈이다.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은 주택의 난방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히트펌프 보급 확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기히트펌프는 투입 에너지 대비 최대 4배까지 이르는 냉·난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고효율 기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바닥난방 문화인데다 가스·지역난방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어 기존 인프라 교체에 따른 비용부담 등 보급 여건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화석연료 중심의 난방구조 개선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 촉진을 위해 주택에 히트펌프 보급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산업통상자원부·내일신문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