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에도 박정희 동상 '강행'
천년숲광장에 3천명 운집 시민단체·야당은 반대 회견
5일 경북도청 앞 천년숲 광장에서는 시민단체와 야당 등의 반대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주최측 추산 5000여명, 경찰 추산 3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일대에는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박정희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제막식에는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공개된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본체 7m, 좌대 1.2m 등 8.2m 높이였다.
동상 앞면 아래에는 ‘오천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 뒷면 아래에는 그의 생전 어록이 새겨졌다. 동상 뒤쪽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 사진 등을 소개하는 배경석 12개가 병풍처럼 설치됐다.
제막식 무대쪽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화환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축사를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할 예정이었지만 빠졌다.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을 역임하는 등 지방분권운동 주창자로 알려진 김형기 추진위 단장은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것은 ‘박정희 우상화’가 아닌 ‘박정희 정상화’”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누구나 인간은 공과가 있다. 박 대통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현재 북한과 비슷한 처지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해 동상건립 모금 운동을 벌여 21억원을 모았다. 추진위는 당초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 동상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경북도의 협조를 받아 경북도 소유의 땅인 천년숲에 동상을 세웠다.
한편 이날 제막식에 앞서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과 시민단체 등의 기자회견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일 유신독재자 박정희동상 건립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경북시국행동은 성명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직면한 과제는 바로 독재 잔재의 청산”이라며 “지금 당장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