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박정희 계엄령 무효’ 첫 판례 주심

2024-12-06 00:00:00 게재

“유신체제 이행 위한 사전조치 … 당초부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

“윤석열 계엄령 … 국민께서는 걱정 안하셔도 된다” 발언 관심

‘박정희 계엄령 무효’라는 대법원 첫 판례의 주심 대법관이 조희대 대법원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후 배석 대법관으로 2번째 무효 판결에도 참여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계엄령’에 대해 “국민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한 발언이 새로운 관심을 받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형사3부 주심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8년 12월 13일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의 확정판결을 받았던 당시 76세 허 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선고는 박 전 대통령의 10월 유신 계엄령에 대해 “그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로서, 대법원 첫 판례로 기록됐다. 조 대법원장은 2019년 1월 31일에는 같은 재판부의 배석 대법관으로 2번째 무효판결에도 참여했다.

‘10월 유신’은 박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하기 위해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유신헌법과 계엄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체육관 선거라는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극단적 방법을 도입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과 정치활동의 중지 등 현행 헌법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또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옥내외 집회와 시위를 일절 금지시키고 언론 출판 보도 및 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당시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강제로 국회를 해산하는 등 이른바 ‘친위 쿠테타’를 일으켰다. ‘유신 체제는 공산 침략자들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체제’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유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주심 대법관으로서 ‘박정희 계엄령’에 대해 “당시 계엄포고 내용을 보면 헌정질서를 중단시켜 유신체제로 이행하고자 저항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시 사변이나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어서 군사의 필요가 없는데도 계엄이 선포됐다는 이유이다.

반면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돼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계엄포고 내용은)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또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계엄법상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재판의 전제가 된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이므로 허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원심의 판단은 이러한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고, 계엄포고의 위헌·위법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박정희 계엄령은)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조치였다”고 확정했다.

이 사건의 허씨는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발령된 그해 11월 지인의 집에 모여 도박을 했다가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씨는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했고, 1973년 1월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허씨는 2013년 12월 재심을 청구했다. 허씨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인 창원지방법원은 계엄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협박 혐의는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에 대해 “차후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국민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지난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사령관 명의 포고령 1호 발령 이후 계엄사측으로부터 업무상 ‘필요한 인원’을 보내라는 파견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당시 조 대법원장 지시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배형원 차장, 실장급 간부들이 모여 계엄 관련 긴급회의 중이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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