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방첩사령부로 쏠리는 의혹의 눈길
추미애 “11월 계엄계획 작성”
박선원 “6개월전 합수본 준비”
방첩사 해명 없어 의혹 키워
‘12.3 비상계엄 사태’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군 방첩사령부에 대해 연일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핵심은 이번 계엄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기간을 두고 준비해 왔으며, 이 과정에 방첩사령관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이 깊이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방첩사령부의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 문건을 확보해 분석내용을 공개했다. 추 의원은 이 문건이 11월에 작성 완료돼 보고됐지만 실제 계엄검토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추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군을 이용해 국회를 폐쇄하고 부정선거를 구실로 국회를 해체시키려 했다”며 입수한 문건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 문건은 윤석열 내란이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한 정황을 담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이 문건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직접 지시한 후 방첩사 비서실에서 작성해 지난 11월경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서는 ‘계엄 통합방위 동시 발령’ 상황을 자세하게 다뤘다. 이는 국지전 유발을 통한 비상계엄 선포를 유도하려고 했다는 야당 주장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읽힌다. 통합방위사태는 적의 침투나 도발, 그 위협에 대응해 선포하는 단계별 사태로 이 경우 국방부 장관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시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통합방위사태 선포를 건의해야 한다.
이에 관련 “통합방위사태와 계엄은 별개의 개념으로 적의 침투 및 도발과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같은 시기에 선포될 수 있다”면서 그 예로 “적 침투에 따른 통합방위 사태시 주민소개 등 통제에 불응하면 지역계엄을 발령할 수 있다”고 했다.
‘계엄-통합방위 사태’가 같은 시기에 발령될 경우 방첩사령부의 어려움을 검토하기도 했다. “단위부대(방첩과)의 경우 사안에 따라 합동수사단, 지역합동정보조사팀 간사, 지역정보센터 간사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며 “단위부대가 각각의 임무 수행시 장소 선정 및 인력 운영 등 실제로 업무가 가능한지 계획의 완전성, 실행력 차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계엄과 통합방위의 목적, 법령, 시행시기, 시행기관, 시행요소, 성격, 주민통제 범위 등을 구분해 검토했다.
이에 대해 문삼헌 전 합참 계엄과장은 “통합방위사태 동시 선포 가능성을 검토한 것을 보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여 통합방위사태를 함께 선포할 것인가를 검토했을 듯 하다”면서 “방첩사에서 분석한 대로 계엄사령관이 특별조치권을 발동하고, 합동수사본부장(방첩사령관)에게 특정한 사건을 지정했을 경우에 한해서만 영장없이 체포 구금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계엄사령관은 포고령 발표 이후 실제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에 합수본부장은 계엄법에 비춰봐도 위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국방장관의 지시를 따랐다 해도 사전에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구금하기위해 계엄사령관 명령없이 했다는 것 역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전날 이 문건 내용을 공개한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방첩사가 통합방위 사태를 계엄과 함께 검토한 것으로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국지전 발발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실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전인 지난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의장에게 ‘북에서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위해 북한 지역에 물리적 타격을 가하면 북한에게는 선제타격으로 인식돼 곧바로 국지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조치로 해석된다.
추 의원은 “11월에 하부단위에서 작성, 결심 받은 문건이므로 상당기간 전에 검토지시가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유로 예산 등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것처럼 돌발, 우발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준비돼 왔던 것이며 윤석열 내란이 사전에 모의됐다는 문건이 확인된 만큼 국민의힘도 즉시 윤석열 탄핵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첩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추 의원 발표 문건은) 작년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또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비해 전시 전환 절차에 참고하기 위해 계엄업무실무편람 등을 참조해 요약한 자료”라며 “당시 여 사령관에게 별도로 보고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방첩사에 대한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에 국가수사본부와 국군방첩사령부가 합동수사본부 설치에 관한 업무 협약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합동수사본부는 국가비상사태에 설치되는 특수 조직으로 평시에는 설치할 수 없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8일 ‘국가수사본부-국군방첩사령부 간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서’를 공개하면서 이것이 오래전부터 이번 계엄을 준비한 근거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합동수사본부는 국가비상사태 한정 특수조직으로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로 계엄발령시 계엄법에 의거해서만 그 기능이 부여되는 특수조직으로 평시에는 조직되거나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국수본-방첩사 간 업무 협약서는 12.3비상계엄을 사전에 대비한 확실한 증거 문건으로 12월 6일 박선원, 김병주 의원을 통해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발언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방첩사 관계자는 9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수본과의 업무협약은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고, 추 의원이 공개한 문건도 훈련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공식 PG(Press Guidance·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가 없어서 저희도 답답하고 일부는 팩트가 아닌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철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