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개 닮았다고 ‘소리도’…하늘에서 보면 ‘황새’ 모습

2024-12-13 13:00:01 게재

여수시 제일 남쪽, 금오군도에서 마지막 섬

2010년 첫 불 밝힌 ‘소리도등대’ 일대 바다풍경 절경

드론 180도 파노라마 기능으로 이 일대 섬들을 담았다. 소리도와 안도, 금오도, 돌산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에는 작도(까치섬)가 외롭게 떠 있다.
소리도(연도) 가는 뱃길은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두번 열린다. 오전 6시 20분과 오후 2시. 여수에서 돌산도-금호도-안도를 지나 소리도 역포항까지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고속페리로 1시간 45분 걸린다. 오전 배를 타기 위해 여객선터미널 바로 옆에서 숙박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날 밤에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자고 배를 탔다. 선실에 누운 승객들도 다들 밤잠을 설쳤는지 아무 말 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다. 1시간쯤 자다가 배가 접안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카페리 선박은 접안할 때 차량이 오르내리는 철판으로 만든 램프가 선착장 콘크리트면에 끌리면서 “우르릉 쾅쾅” 천둥소리가 난다. 선실 밖으로 나가니 동쪽 바다에서 해가 뜬다.

금오도 여천항 ‘아침머리’ 절벽 앞에 ‘가리여’ ‘문여’ 두개의 작은 섬이 있다. 그 섬들 사이로 붉은 해가 솟아올랐다. 서둘러 400㎜ 렌즈를 장착하고 셔터를 눌렀다. 망원렌즈로 자세히 보니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섬들이 바다 위에 살짝 떠 있다.

덕포마을 앞 몽돌해변. 오른쪽 능선 끝에 씨프린스호가 좌초했던 대바위가 있다.
●몽돌해안에 차 세우고 등대로 = 오전 8시 10분 조금 지나 소리도 역포항에 도착했다. 섬 안내를 해주기로 한 해녀민텔 강성진 대표를 만나러 연도항으로 향했다.

취재장비가 많아 자동차를 가지고 갔는데 티맵이 계속 말썽을 부린다. 섬에는 차량이 통과할 수 없는 좁은 길이 많은데 자꾸 그런 길로 안내를 한다. 좁은 골목길을 후진해서 몇번이나 돌아나온 끝에 해녀민텔에 도착했다. 강 대표는 “오늘 바람이 센데 더 강해지기 전에 먼저 소리도등대 드론 촬영을 하는 게 좋겠다”고 알려주었다.

연도항에서 남쪽으로 작은 언덕을 넘어가면 덕포마을이다. 덕포 몽돌해안 입구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등대로 올라갔다. 바닷가에서 산길로 2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유명한 ‘소리도등대’가 나온다. 소리도등대는 1910년 10월 4일 처음 불을 밝혔다. 밤에 여수 광양으로 출입하는 선박이나 서해안에서 부산 쪽으로 운항하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등탑 높이는 9.2m로 높지 않지만 해수면에서 82m 높이 절벽 위에 있어 멀리까지 빛을 보낼 수 있다. 배에서 등대 불빛을 감지하는 광달(光達)거리가 지리적 26마일(48㎞), 광학적 43마일(79㎞)이나 된다. 안개 때 발신하는 음파 표지는 3마일(5.5㎞)까지 울려퍼진다. 이 등대의 공식 이름은 ‘소리도 항로표지관리소’다. 섬 공식 명칭이 ‘연도’인데 등대는 왜 소리도등대일까? 소리도는 섬 모양이 솔개(소리개)같이 생겼다는 뜻이다. 예전부터 ‘소리도’로 불렀고 지금도 주민들은 소리도라는 이름을 즐겨 쓴다. ‘연도’라는 이름은 1396년(태조 5) 순천부에서 솔개 연(鳶) 자를 써서 새로 지은 것이다.

소리도등대에서 본 소룡단
●등대 주변 숲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 소리도는 인접한 금오도(金鰲島) 대부도(大釜島) 안도(安島) 등과 함께 ‘금오열도(金鰲列島)’를 이룬다. 면적 6.8㎢, 해안선 길이 35.6㎞의 작지 않은 섬이다. 해식애 해안동굴 등 해안 경관이 좋고 동백나무숲이 잘 보전돼 있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소리도등대 일대 12.9ha의 숲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곰솔’ ‘후박나무’ ‘굴피나무’ ‘애기등’ ‘우묵사스레피’ ‘다정큼나무’ 등 우리나라 남부 해안의 전형적인 식생을 잘 간직한 곳이다.

소리도등대는 소리도 탐방의 핵심이다. 대룡단 소룡단 코끼리바위 솔팽이동굴 등 해안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등대 절벽 아래 솔팽이굴은 옛날 네덜란드 상선이 보물을 숨겼다는 곳이다. 등대 마당에서 드론을 띄웠다. 하늘에서 보니 등대 동쪽의 소룡단이 새의 머리와 부리처럼 생겼다. 대룡단은 오른쪽 날개, 소룡단 북쪽의 해안절벽은 왼쪽 날개로 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솔개(소리개)’보다는 ‘황새’에 가까운 모양새다.

소리도등대는 1910년 10월 4일 처음 불을 밝혔다.

소룡단이 바다로 목을 길게 뺀 형상이라 목이 짧은 맹금류인 솔개는 아니다. 긴 목과 큰 부리가 고개를 약간 아래로 숙이고 날아가는 황새를 닮았다. 옛사람들은 이 모습을 바다 쪽에서 보고 솔개를 연상한 듯하다. 바다에서 보면 새의 목(소룡단)이 짧게 보였을 것이다. 드론을 높이 올려 180도 파노라마 기능으로 이 일대 섬들을 모두 담았다. 소리도와 안도, 그 뒤로 금오도, 돌산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에는 작도(까치섬)가 외롭게 떠 있다. 여수시 남면 연도리에 속하는 무인도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북서풍이 제법 강해서 드론 조종기에 계속 경고가 뜬다. ‘최대 전력부하 도달’ ‘기체 불안정’ ‘즉시 고도 낮추고 복귀’. 바람을 등지고 1.5㎞ 이상 보냈기 때문에 배터리가 50% 남았을 때 안전하게 회수하고 배터리 교체 후 다시 촬영했다.

●“해상여행 코스 만들 예정” = 등대에서 내려와 덕포 몽돌해안을 보고 해녀민텔로 갔다. 11시 30분부터 점심시간이다. 큰 양은솥에 끓인 동태탕과 오징어무침, 꼬막무침, 호박전, 갓김치 등 15가지가 넘는 반찬의 한식뷔페가 1만2000원이다. 10명 이상 단체손님이 예약하면 1인 3만5000원의 ‘해녀밥상’을 먹을 수 있다. 해녀가 물질해서 잡은 자연산 해산물이 푸짐하게 나와 인기가 높다.

인터넷에서 ‘여수 연도’를 검색하면 해녀민텔이 가장 먼저 나온다. 해녀민텔 1층은 식당, 2층은 차를 마시는 카페다. 소리도 오는 사람들이 가볍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해녀민텔’이란 이름은 강 대표 친구가 “해녀민박이라고 하면 너무 예스럽다”며 지어준 것이다.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이름이고 기억하기도 쉽다.

강 대표는 “금오도 비렁길(둘레길)이 생긴 뒤로 여수의 마지막 섬인 소리도를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며 “섬 둘레길을 걷기 위해 SNS에서 소리도를 찾아보고 오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소리도 둘레길은 많이 알려졌지만 바다에서 배를 타고 해안의 기암 절벽이나 동굴 탐험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강 대표는 “소리도를 선박으로 돌면서 전설이 얽힌 동굴 등을 탐사하는 해상여행 코스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오도 여천항 ‘아침머리’ 절벽 앞 일출.

●남부마을~등대~몽돌해안까지 = 섬이 크지 않으니 걷기 좋아하는 이들은 북쪽 역포항에서 남쪽 덕포마을까지 소리도를 종단해서 걸어온다. 아니면 뱃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연도항까지 올 수도 있다.

연도리 남부마을에서 소리도 동쪽 해안절벽을 따라 안뜰재-소룡단-소리도등대-덕포 몽돌해안까지 이어지는 섬 일주코스를 걸어도 좋다. 전체 구간은 약 4.3㎞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남부마을 골목에서 시작하는 이 길은 마을 사람들이 예전에 나무하러 다니던 오솔길을 이어서 만들었다. 남부마을 해변은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다. 연도리에 속하는 무인도인 ‘까치섬(작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오솔길을 따라가면 아직도 꽃을 피운 식물들이 많다. ‘털머위’가 노란 꽃을 피웠고, 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개쑥부쟁이’도 볼 수 있다. 양지바른 절벽 곳곳에는 ‘해국’들이 마지막 꽃을 피웠다. 박과에 속하는 ‘하늘타리’는 노란 열매를 달았다. 오후 4시 여수행 배를 타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1시간 30분 정도 일찍 역포항에 도착했다. 역포항 주변을 잠깐 돌아보았다. 역포항 인근 ‘바다여’ 능선 일대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숲이다. 선착장과 역포항 사이 조그만 바위능선에도 아직 꽃피운 식물들이 많다.

10명 이상 단체손님이 예약하면 먹을 수 있는 해녀한상

●민박 수용가능 인원 최대 200명 = 소리도의 지질은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화산 쇄설암인 응회암과 안산암이 대부분이다. 선착장 옆 바위능선 곳곳에 응회암류 풍화혈인 타포니가 앙증맞게 새겨져 있다.

강성진 해녀민텔 대표

1박 2일 일정으로 소리도 여행을 온다면 숙박지 예약이 먼저다. 섬 곳곳에 민박집들이 있고 전체적으로 수용가능 인원이 최대 200명 정도 된다. 소리도 연도항은 국가어항이다. 정치망으로 잡는 밴댕이가 유명하다. 보통 국물내기용으로 쓰는 ‘디포리’가 ‘밴댕이’라고도 하지만 디포리는 밴댕이와는 다른 생선이다. 디포리는 ‘보리멸’을 부르는 일부 지역의 방언이다.

△문의 : 해녀민텔 강성진 010-3617-3961

여수 소리도 = 글 사진 남준기 환경전문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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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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