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윤 대통령이 수사에 당당히 맞서려면

2024-12-13 13:00:02 게재

2년 넘게 윤석열 대통령을 봐왔지만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나 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인 7일 국민에게 사과하며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형사처벌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로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어렵게 발전시켜온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리려 했으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건 대통령 자리를 지키며 탄핵이 됐건, 수사가 됐건 자신에 대한 공격에 대해선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였다는 걸 12일 담화를 듣고서야 알게 됐다.

30분 가량 진행된 담화 내내 윤 대통령은 계엄 발동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시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한 윤 대통령은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을 체포해 구금하려는 계획까지 치밀하게 짜놓은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목적은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장면이 중계되고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는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그는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렇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앞선 담화에서는 자신의 임기와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비상계엄 발동이 내란에 해당되는지는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인 윤석열씨가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직은 내려놓아야 한다. 불소추특권을 갖는 현직 대통령도 내란죄에 대해선 형사소추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대로 수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경찰은 지난 11일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대통령 경호처에 막혀 허탕을 쳐야 했다. 형사소송법 110조에서는 대통령실처럼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 때문에 경찰은 8시간 대치 끝에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냈을 뿐이다. 경호를 받는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수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는 건 결코 당당한 모습이 아니다.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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